[그때 그 형사] 김영근 경장

‘좋은 날’도 못 누려 보고…

“김 씨는 ‘내가 돈만 많았더라면 더 잘해줄 수 있었을 텐데’라며 그렇게 후회를 하더라구요. 요즘 하도 세상이 험악하다보니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일이 드문 사건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 사건은 여느 사건과는 좀 달랐어요. 사건 자체보다는 피살자가 ‘탈북자’고 ‘전직 아이스하키 국가대표’였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죠.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웠어요. 그런데도 언론에서 ‘술집여자’라고 표현하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어찌나 시달렸는지 사건이 종결되고 나서 5일 동안 심하게 앓았습니다.”

96년 경찰에 투신한 김영근 형사(38·경장)는 현재 광주지방검찰청 내에 있는 호송출장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 형사는 지금도 당시 사건을 생각해보면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고 말했다. 이 씨가 ‘좋은 날’을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하고 쓸쓸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라고.

“이금숙 씨는 약속의 땅 한국에 가는 게 꿈이었다고 합니다. 어렵게 남한 땅을 밟고도 북에 두고온 어머니 생각에 한시도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고 해요. 그래서 악착같이 돈을 벌어 어머니를 모셔오려고 했고…. 안타까웠죠.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해서 꿈에도 그리던 한국땅을 밟았는데 젊은 나이에 그렇게 됐으니까요. 더구나 믿고 의지했던 남편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한 젊은 탈북 여성의 무너진 코리안드림을 지켜보는 마음이 더없이 착잡했습니다.”

이수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