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아들 편애’가 부른 비극 경악
▲ 지난 5일 현장검증에서 범행 을 재연하고 있는 최 아무개 씨. | ||
얼마 전 남양주 지역에서는 “아들만 사랑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증오심이 얼마나 컸던지 끔찍한 일을 저질러 놓고도 이 딸의 얼굴엔 후회의 빛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경찰의 후일담이다.
딸 하나만 낳아 키우는 가정도 늘어가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한 가정에서 일어난 이 비극적인 사건의 전말을 캐봤다.
지난 1일 남양주시 진건읍 송능리의 한 빌라에서 칠순의 황 아무개 씨(여·75)가 살해된 채 발견됐다. 사인은 두개골 함몰 및 뇌 손상. 황 씨가 발견된 거실벽과 화장실 문 등에는 혈흔이 낭자했다.
이토록 잔인한 범행을 저지른 이는 놀랍게도 황 씨의 딸 최 아무개 씨(40)였다. 범행 이유는 어머니에 대한 ‘증오’였다. 어머니 황 씨가 지난 10년 간 지독히도 아들만 편애했다는 것이 딸 최 씨의 주장.
최 씨에게는 오빠와 남동생이 한 명씩 있다. 12년 전 최 씨의 동생 A 씨는 5수 끝에 국내 최고의 명문대학교에 입학해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반면 한때는 외국어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공부를 잘해 어머니의 사랑을 받았던 최 씨는 지방의 한 대학교 법학과로 진학을 하면서 어머니와의 사이가 틀어지고 말았다. 어머니의 사랑이 명문대에 간 아들에게만 쏠린다고 생각하게 된 것. 이후 다니던 학교마저 중퇴하고 뚜렷한 직장도 없이 생활하던 최 씨의 생각은 점점 비뚤어져만 갔다.
사실 이런 최 씨의 생각은 병적인 부분이 컸던 것 같다고 경찰은 말한다. 1997년 우울증을 앓기 시작한 최 씨는 그간 한 정신과병원에서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아오고 있었다. 최 씨는 자신의 우울증도 어머니의 편애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 씨의 진술에 따르면 범행에 쓰인 야구배트는 청소부 일을 하던 최 씨가 지난달 31일 퇴근 후 한 문방구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그날 오후 11시경 잠에서 깨어난 최 씨는 거실 침대에서 어머니가 잠든 것을 확인한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하늘이 시킨 일이다. 앞으로 10년을 더 후회하느니 차라리 죽여야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경찰에서 진술한 바에 따르면 거실로 간 최 씨는 침대에 잠들어 있는 어머니의 머리를 힘껏 내려쳤다. 그러나 어머니 황 씨는 기절하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황 씨는 방망이를 들고 서 있는 딸 최 씨를 보고 “야 그러지 마”라고 힘없이 말했다.
기절할 줄 알았던 어머니가 깨어나자 놀란 최 씨는 더욱 세게 내리쳤다. 머리를 맞고 쓰러진 어머니가 계속 애원했지만 최 씨는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살인미수가 되면 죽도 밥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확실히 죽이기 위해 그랬다”고 자백했다.
법대를 다녔던 최 씨는 경찰에서 존속의 경우 살인이든 살인미수든 어차피 10년 이상의 구형을 받을 것으로 생각, 자포자기했었다고 진술했다.
범행 직후 최 씨는 방망이를 자신의 방 장롱에 숨겨놓고 어머니 황 씨의 시신을 빤히 바라보며 부엌에서 물을 끓여 태연하게 커피를 타 마셨고, 앞서 야구방망이를 사러가는 도중에도 피자 한 판을 사먹은 것으로 밝혀져 또 한번 충격을 주었다.
사건을 담당한 남양주경찰서의 이인열 형사계장(51·경감)은 “최 씨가 모친을 죽인 것은 우울증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쌓인 감정’ 때문이었다. 75세의 노인이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