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장관급 4인 ‘반면교사가 너무 많아’
최경환 부총리는 연말정산과 관련 “문제가 있다면 내년에…”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최경환 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연말정산 결과를 바탕으로 소득계층 간 세부담 증감 및 형평성 등을 고려해 세부담이 적정화되도록 할 것”이라며 “올해 중 간이세액표 개정을 통해 개인별 특성 등이 보다 정교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추가 납부세액이 발생하는 경우 분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완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정산을 우선 그대로 실시하고 문제가 있다면 올해 말에 이뤄지는 세제 개편에서 바꾸겠다는 의미였다. 또 세금이 지나치게 늘었다면 나눠 낼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겠다는 설명이었다. 여론이나 정치권의 불만이나 지적은 안중에도 없이 ‘우선 시키는 대로 하라’는 지시나 마찬가지였다.
불통 기자회견 이후 ‘꼼수 증세’라는 비판과 함께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다급해진 여당이 최경환 부총리를 압박해 다음날 긴급 당정회의를 열고 진화에 들어갔다. 여기서 4월에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일부 항목은 소급적용해 세금 중 일부를 환급해주도록 하면서 간신히 여론의 불길을 잡았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증세 논란을 일으켰다. 1월 25일 정종섭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실패한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을 올해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주민세는 모든 주민이 내는 회비의 성격이므로 이번 인상안을 서민증세라고 할 수 없다”면서 “지자체장들도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을 원하지만 선출직이어서 말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내가 십자가를 지겠다”고 했다. 여당은 물론 세금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와도 전혀 논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한 발언이었다.
이러한 불통 행보에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발끈했다. 새누리당이 다음날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문제를 다루지 않겠다”며 선을 긋자 행자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올해 자치단체의 강한 요구와 국회 협조가 없는 이상 지방세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을 뺐다.
불통의 정점은 사흘 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찍었다. 문형표 장관은 1월 28일 건강보험공단 기자실을 찾아가 “올해 중에 건강보험 부과 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겠다”며 “(개선안 논의를) 연기해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선기획단 최종회의와 개선안 발표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게다가 1년 6개월간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이끌었던 이규식 위원장과는 상의조차 않은 불통 행보의 대표작이었다. 이규식 위원장이 “매일 건보공단에 쏟아져 들어오는 건보료 부과체계에 대한 불만 민원이 들리지 않느냐”며 사퇴했고,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여야 정치권의 질타마저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형표 장관의 불통은 그때가 처음은 아니다. 1월 22일에는 “전업주부가 불필요하게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수요를 줄이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가뜩이나 영유아 복지시설도 부족하고, 믿고 맡길 어린이집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전업주부들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이었다. 문형표 장관은 여론이 악화되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오해가 있었다”고 머리를 숙였다.
사실 이러한 장관들의 불통 행보는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끊이지 않았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월 사상 최대의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발생했을 때 카드사가 아닌 국민에게 책임을 묻는 발언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현오석 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면서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며 카드 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에 분노하던 국민들의 ‘염장을 지르는’ 말이었다. 여론이 들끓고 여야가 질책하자 현오석 부총리가 사과와 해명을 했지만 6개월 후 교체됐다.
최악의 불통은 여수 기름유출사고와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사고에서 터져 나왔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주무장관임에도 여수 기름유출사고가 터진 지 하루 뒤에서야 현장을 찾아 피해어민들에게 항의를 받았다. 윤진숙 전 장관은 심지어 사고 현장에서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돌아다니고, 보상을 요구하는 주민들에게는 “보상 문제는 원유사와 보험회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 등 나 몰라라 식 대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윤 전 장관은 기름유출사고 해결을 위한 당정협의에서도 “1차 피해는 GS칼텍스, 2차 피해는 어민”이라고 말하는 등 불통 행보를 이어가다 전격 해임됐다. 윤 전 장관의 해임은 지금까지 국무총리가 해임건의권을 행사한 두 번째 사례였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