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에 뽀뽀” VS “교회서 안는 수준”
▲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대학병원. | ||
대학병원 측은 일단 K 교수에 대한 업무를 정지시키고 대학본부에 징계위원회를 요청했다. 전공의들은 “징계위원회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단체 사표를 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K 교수는 전공의들의 성추행 주장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징계위원회가 조사를 끝내고 결과가 나오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오히려 내가 피해자다”고 항변하고 있다.
성추행과 관련된 대학병원 지도교수와 전공의들의 공방. 과연 병원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지난 6월 23일 지방의 한 국립대 산부인과 여성 전공의 8명이 대전협에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에 접수된 진술서에는 “지도교수인 K 교수가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이 진술서가 한 언론에 의해 공개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확대되었다. 신문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K 교수가 술자리에 참석한 전공의 전부를 돌아가며 포옹을 했고 여성 전공의들이 싫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강제로 포옹하게 했다”고 한다. 또 “K 교수가 강제로 전공의들의 볼에 뽀뽀를 10여 차례 했으며 평소 수술 장소나 회식 장소에서 ‘너는 기생 같다’ ‘너는 술집여자 같다’ ‘너를 보면 찌릿찌릿하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이고 있다.
더구나 K 교수는 유부녀인 전공의에게 “사실 너를 좋아한다. 와이프 만나기 전 너를 만났으면 너와 결혼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결혼했으니 잘 살아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진술서에는 “K 교수의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젊은 여자들을 많이 태우고 다니니 남들이 보면 내가 술집 포주인 줄 알겠다’는 말을 하는 등 성추행·성희롱이 상습적이고 오랫동안 진행되어 전공의들에게 수치심을 던져 주었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서가 언론에 공개된 일은 K 교수뿐 아니라 전공의들에게도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또 병원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서 전공의들을 대변하고 있는 대전협 변형규 전 회장은 “민원을 접수하고 바로 해당 병원에 진위를 확인했으며 K 교수에게 응분의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 사건을 언론에 공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진술서를 공개하지는 않았는데 어떤 경로로 구체적인 내용이 보도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사건이 확대되면서 병원 측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결국 병원 측은 K 교수에게 진료정지 명령을 내리고 전공의들과의 접촉을 금지시켰다. 또 K 교수가 원래 속해 있는 대학본부에 징계위원회를 열어줄 것을 요청했다.
대학 측도 사태가 심상치 않자 7월 17일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대학 측 관계자에 따르면 “K 교수와 전공의들을 면담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현재 4차에 걸쳐 회의를 열었고, 계속 징계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며 “징계위원회 회의는 60일까지 열릴 수 있으며 필요하면 30일 연장하게 된다”고 전했다. 대학 측 관계자는 “9월 중순이면 징계위원회의 회의 결과가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K 교수는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오히려 내가 피해자”라며 성추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진술에서 나온 일들은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일인데 지금 와서 문제를 삼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등 인격적으로도 큰 피해를 입었다”고 강력하게 항변했다.
또한 K 교수는 진술서에서 제기된 구체적인 성추행 행위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포옹을 한 건 교회에서 서로를 안는 수준이었으며 유부녀 전공의에게 했던 말은 당시 그가 결혼 문제로 스트레스를 겪고 있을 때 위로와 격려 차원에서 해준 말이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또 K 교수는 “회식자리에서 있었던 일은 당시 상황을 지켜본 제3자들이 징계위원회에서 객관적인 진술을 하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K 교수는 또 전공의들이 성추행 민원을 제기한 것이 “나를 몰아내려는 불순한 의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전공의들을 조종하는 모종의 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K 교수의 이런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된다”는 입장. 대전협 변형규 전 회장은 “성추행 문제 때문에 K 교수가 전공의 남자친구에게 사과를 한 일도 있었다”며 “자신이 잘못하지 않았다면 왜 사과를 했겠냐”고 전했다.
더구나 전공의들은 징계위원회의 결과에 따라 집단 사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변 전 회장은 “국립대 교수가 해임이나 파면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하지만 이 사건이 유야무야될 때는 대전협 차원에서 고발을 할 생각이며 전공의들도 집단 사표를 내고 고소를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 강력한 대응을 할 것임을 강조했다.
반면 K 교수는 “전공의 남자친구에게 사과를 한 것은 내가 강자의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했던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들과 감정적인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고 그런 오해를 풀어서 최악의 사태로 번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지금도 그들에게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다시 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K 교수는 진술서가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불쾌해 하면서도 “전공의들이나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합의를 통해 사태를 해결할 생각이 전혀 없다. 대전협 변 전 회장은 “전공의 8명 중 4년차인 2명은 3개월만 있으면 전문의가 될 수 있는데도 사직까지 각오하고 있다. 이것만 봐도 성추행으로 전공의들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를 알 수 있다”며 “K 교수가 옷을 벗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다”라고 강조했다.
합의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K 교수. 이와는 반대로 집단 사직까지 내세우며 K 교수의 해임과 파면을 요구하는 전공의들. 만약 징계위원회 결정이 해임이나 파면으로 결정되지 않으면 전공의들은 사퇴를 하게 되고 결국 이 병원의 산부인과 진료는 마비 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류인홍 기자 ledh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