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연구관의 사건 회고] 언제 어떤 일 닥칠지 몰라

“옛말에 죄 짓고는 못 산다는 말이 있잖아요. 박달수는 범행 후 단 한 시도 맘 편할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9년이 넘게 숨어다니다가 자수를 결심했겠어요.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는 박달수의 말은 그가 겪은 심적 고통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케해줍니다. 사실상 미해결사건으로 남아있던 장 경장 피살사건은 박달수의 자수로 그 오랜 미스터리가 풀렸어요. 너무 늦긴 했지만 박달수는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빌었다고 합니다.”

김원배 연구관은 이 사건을 얘기하면서 경찰관들의 인간적 고충과 업무상 애로사항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경찰이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꼭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 것만이 경찰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경찰들이 많아요. 모두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위험 상황에서 근무하고 있는 거죠. 이따금 순직한 경찰 소식을 들을 땐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경찰 공권력이 완전히 땅에 떨어진 요즘, 후배 경찰들이 적잖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규모로 순환 근무를 하는 지구대엔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과 일일이 실랑이를 하다 보면 결국은 민생 치안에 힘을 쏟지 못하게 됩니다. 국민들이 우리 경찰을 좀 더 이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수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