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순수와 열정이 있었기에 우리 민족은 일제의 압박을 이겨내고 해방을 맞았다. 곧 이어 터진 동족상잔의 6·25 전쟁에서 나라를 지켰다. 그리고 끈질기게 독재와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차지했다.
젊은이들의 몸부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긋지긋한 가난의 역사를 바꾸기 위해 영혼을 던졌다. 그 결과 우리경제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젊음을 불태워 이루어낸 환희의 역사는 이것이 끝인가. 요즈음 청춘들이 다시 어둠에 빠졌다.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어릴 때부터 자신을 학대하며 공부를 한다. 대학을 들어가면 학점과 스펙의 노예가 되어 도서관에 파묻힌다. 천신만고 끝에 졸업을 해도 청년들을 기다리는 것은 취업전쟁뿐이다. 수많은 청년들이 실업자로 전락하여 결혼과 출산까지 포기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의 3무 현상이다. 자본주의가 올바르게 발전하려면 소유분산, 공정경쟁, 고용창출의 3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자본이 기업을 집중적으로 소유하고 시장을 독과점하는 것은 물론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자동화를 하여 경제가 임금 없는 성장, 분배 없는 성장, 고용 없는 성장 등 3무의 덫에 걸렸다. 이러한 모순이 젊은이들의 희망을 빼앗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가 위기를 반복하며 우리경제를 압박하고 있어 젊은이들의 좌절이 더 크다.
젊은이들을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어 다시 나라가 요동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우선 필요한 것이 기성세대의 이해다. 젊은이들이 내 동생이고 내 자식인 것은 물론 이들이 어떻게 하는가에 나라와 국민의 앞날이 달려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과감한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피크제 확대를 통해 젊은이들과 일자리를 나누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더 근본적인 것은 미래 산업을 발굴하여 경제가 국제경쟁에서 앞서고 중소기업을 발전시켜 고용창출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성세대와 청년들이 함께 일을 하고 경제와 사회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학, 연구소, 기업을 연결하는 전방위적 연구개발체제를 구축하고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실로 중요한 것은 청년들의 마음가짐이다. 나라의 미래는 자신들이 만들어야 한다는 주인의식으로 스스로 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들며 자아실현과 나라발전에 열정을 쏟아야 한다. 그리하여 희망과 기쁨의 맥박이 자신들은 물론 온 국민의 가슴에 뛰게 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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