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등에 업은 일회성 ‘이벤트’ 될라
2010년 데뷔한 JYJ가 가수로서 지상파에 처음으로 출연한 것은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서다. 사진공동취재단
JYJ는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로 구성된 3인조 남성 그룹이다. 이들 셋은 JYJ 활동 이전에는 5인조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멤버로 활동했다. 동방신기는 대한민국 최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만든 가장 성공한 아이돌 그룹으로 손꼽히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잘나가던 동방신기가 2개의 팀으로 쪼개진 것은 지난 2009년 7월, 앞서의 세 사람이 소속사인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부터다. 이들의 소송은 연예기획사의 불공정계약, 이른바 ‘노예계약’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법원은 이들이 SM과 맺은 계약이 “13년 동안 채무자 회사의 지시에 순응하여 연예활동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구조”라고 판결했다. JYJ가 승소한 이후 연예기획사의 계약 조항이 대폭 개선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JYJ는 새로운 소속사에 둥지를 틀고 가수 활동과 더불어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박유천은 2010년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김준수는 뮤지컬 배우로 변신해 티켓 파워를 과시했다. 김재중 역시 현재 드라마에 출연 중이다. 지난해 11월, JYJ는 일본 도쿄돔 5만여 석을 가득 채우며 해외에서의 여전한 인기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음악·예능 프로그램에서만큼은 이들을 활약상을 볼 수 없다. 데뷔 이후 지상파에 가수로서 처음 출연한 것은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서다. 한 방송사는 이들의 축하 공연을 2초가량 내보내기도 했다. 이듬해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 무대에 서기까지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JYJ는 2년여 동안 인천아시안게임 홍보대사를 맡아 활동했지만 정작 개·폐막식은 다른 대형 기획사 가수들 위주로 구성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팬들의 강력한 항의 끝에야 개막식 무대에 오르게 된 JYJ는 SM을 나온 지 5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노래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들의 방송 출연이 막힌 이유는 방송사와 연예기획사가 ‘암묵적인 카르텔’을 형성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는 SM엔터테인먼트가 JYJ의 방송 출연 및 활동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같은 해 민병두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수만 회장과 JYJ 세 멤버를 국정감사의 증인과 참고인 자격으로 각각 출석할 것을 요청하면서 정치권 이슈로도 번졌다.
‘JYJ법’을 추진 중인 민병두 의원.
이 중 JYJ 팬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방송법 개정을 통해 방통위가 직접 제재에 나서는 방안이다.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팬들의 목표는 결국 JYJ를 음악방송에서 보고 싶다는 것”이라며 “방송사와 대형 연예기획사가 암묵적인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불공정한 상황에서 팬들인 시청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며, 이에 근거해 방통위가 사건을 중재토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방송통신법 개정안을 만들고 있는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현행 방송법에 금지행위에 관한 조항이 있다. 이 조항에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방송인의 출연을 막는 행위까지 포함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또 방통위 산하 시청자권익위원회의 역할과 범위를 확대시켜 시청자가 직접 참여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입법만으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방송계에서는 프로그램에 누구를 출연시킬 지는 전적으로 해당 방송사와 PD의 재량이고, 법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한 지상파 방송국 연출 담당자는 “JYJ 방송 출연이 법 하나를 고친다고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음악방송은 아이돌 팬의 수요가 절대적인데, JYJ 한번 부르자고 다른 거대 기획사와 척을 지는 선택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JYJ는 꼭 방송 출연이 아니더라도 잘나가지 않나. 반면 음악방송 출연 한 번에 목숨을 거는 다른 가수들도 많다. 결국 선택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민주정책연구원은 ‘나는 정치다’라는 홈페이지를 열고 일명 ‘JYJ법’에 대한 공론화에 나섰다.
그는 이어 “현재 연예기획사들은 단순히 출연자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외주 제작자로 프로그램 공급자 역할까지 하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또 다른 전속계약 관련 소송을 하고 있는 SM 입장에서 대놓고 막지는 못해도 JYJ의 방송 진출이 선례로 남는 것이 불편할 법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방송계의 냉담한 현실 속에서 실제 입법 의지도 관건이다. 현재 새정치연합은 ‘JYJ법’ 이외에도 ‘김부선법’, ‘신해철법’, ‘장그래법’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중이다. 정치 이벤트성 차원의 기획이라는 비판과 함께 여론에 편승한 설익은 법이 남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새정치연합의 한 고참 당직자는 “민주정책연구원에서 의욕적으로 판을 크게 벌리는 것인데, 뒷수습 능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입법 활동은 대중의 눈에 띌수록 속도가 더디고 내용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3월 3일 JYJ의 멤버 김준수는 솔로 3집 앨범 <Flower>를 발표하고 오랜만에 활동에 나선다. 대대적인 프로모션에도 여전히 음악방송 출연은 기약이 없다. 새정치연합이 마련한 ‘나는 정치다’의 모토는 ‘여의도를 둘러싼 두터운 장벽에 소통의 파이프라인을 뚫겠다’는 것. 이들이 JYJ의 지상파 방송을 뚫을 수 있을까. 이미 판은 벌어졌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