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15일 6·15공동선언 4주년 기념 토론회장에서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왼쪽)과 한화갑 민주당 대표. 오른쪽은 염동연 열린우리당 의원. | ||
11월29일 민주당 당료 출신의 열린우리당 의원 20여 명이 ‘월요회’란 모임을 결성했다. 한 참석 의원은 월요회의 결성 이유에 대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당료들이 정권 재창출에 실질적인 공을 세웠고 오랜 정당생활을 통한 정치 현장경험이 풍부한데도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돼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월요회의 결성엔 좀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작용한 듯이 보인다. 이 의원은 “솔직히 말하면 월요회의 존립이 당 안팎에서 불거지는 민주당과의 합당설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월요회엔 특히 지난 1980년대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국 청년조직으로 기능했던 ‘연청’ 사무총장 출신이며 현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염동연 의원이 좌장 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실질적 보스인 노 대통령과 민주당의 상징적 인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교 역할을 하는 그가 모종의 역할이 하지 않을까 하는 관측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여기에 김 전 대통령의 야당 총재 시절 비서를 지낸 김기석 의원과 노무현 후보 경기지역 특보를 지낸 박기춘 의원,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부산 중동지구당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윤원호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구성면으로만 보면 민주당 토대에 열린우리당 상부구조의 인적 구성이라 할 만하다.
월요회는 조만간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한다는 계획이어서 양당 간의 합당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양당의 통합을 예측케 하는 더욱 구체적인 정황도 있다. 호남 출신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DJ(김 전 대통령) 어른이 최근 민주당 지도부측에 ‘열린우리당과 함께 하는 게 어떻겠나’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아마 한화갑 대표한테도 그 얘기가 들어갔을 것”이라면서 “얼마전 한 대표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계개편 시기에서의 여러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 위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최근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정계개편 시기를 2006년 지방선거 전후로 예측하면서 “어떤 것이 민주당을 재건할 수 있는 방향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대표는 “나는 지금까지 당을 바꿔본 적이 없고 계보를 바꿔본 적도 없으며 합당 제안을 받아본 적도 없고 수용할 생각도 없다”면서도 “2006년 정계개편 흐름에서는 (합당)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뒤 한 대표는 자신의 발언을 놓고 당내에서 김경재 전 의원 등의 거센 비난이 쏟아지자 여러 자리에서 “민주당은 민주당의 정체성과 역사성, 전통을 그대로 가지고 가야한다. 대통령이 만든 정당(열린우리당)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없어진다”고 우-민 합당론을 강력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 우-민 합당론이 금세 꺼질 것 같지는 않다. 일단 민주당의 정치적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내년 재보선과 2008년의 총선까지 당의 명맥을 유지시킬 수 있을까 하는 점도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당권을 가진 한화갑 대표의 생각이 합당론을 전적으로 지우지 못한 것으로 보는 시각들이 많다.
한 대표는 요즘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광주 출신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내 재판 끝날 때까지는 통합 없이 그대로 간다”고 말한 것으로 이 모임 참석자가 전했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가는 게 재판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정대철 전 민주당 및 열린우리당 대표의 경우에서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재판이 끝나면 두 당의 통합 내지는 합당문제를 적극 검토해 볼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 과정과 결과에 시선이 집중된다.
허소향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