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제보 말라” 확인서 문구 논란
고객에게 서명을 요구한 확인서 3, 4조항은사고에 대한 책임전가, 은폐 시도가 의심된다. 오른쪽 사진은 고객 충돌사고가 일어난 투명출입문으로 현재 원형의 안전띠가 둘러져 있다. 사고 당시에는 안전띠가 둘러져 있지 않았다.
지난 1월 12일(월)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주부 A 씨는 남편과 함께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이케아 매장을 찾았다. A 씨 부부가 이케아를 방문한 시간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오후 7시 15분께였다. 그들은 매장 입구에 진입하려는 순간 큰 봉변을 당했다. A 씨가 투명회전문 왼쪽 투명유리면에 그대로 부딪친 것. 당시 사고 순간에 대해 A 씨 측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저녁시간에 버스정류장에서 입구까지 가는 길이 너무 어두웠다. 입구가 어디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는 뚜렷한 표시를 찾기 힘들었고, 분간하기 어려웠다. 결국 아내가 회전문의 측면 투명유리에 그대로 부딪쳤다. 코피가 3분간 흘렀고, 코와 머리, 오른쪽 무릎에 심한 통증이 오더라.”
A 씨 측은 사고 직후 당시 이케아 측의 조치가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직원에게 응급대응을 부탁했다. 이케아 측은 솜만 건네고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다. 변두리에 위치한 이케아 근처에선 택시 승강장을 찾을 수 없었다. 우리는 부랴부랴 다시 매장으로 돌아가 담당자에게 택시 혹은 응급차량 호출을 요청했지만, 담당자는 ‘우리가 대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응급차를 부르라’고 했다. 결국 우리가 직접 119 응급차를 부르고서야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사고를 당한 A 씨의 상태는 심각했다. 병원에서 CT 촬영을 한 결과, A 씨의 코뼈에 금이 간 사실이 밝혀졌다. 이외에도 A 씨는 두통과 무릎·척추 통증 등 후유증에 시달렸다.
A 씨가 이케아 측 연락을 받은 것은 사고 발생 이틀 후였다. A 씨 측은 이에 대해 “사고 다음날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우리가 사고 발생 이틀 후인 1월 16일 오전, 광명시에 민원을 넣은 후에야 이케아 측에서 연락이 왔다. 그제야 부상 및 치료에 대한 보상 얘기가 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 측은 민원 과정에서 광명시 측으로부터 한 가지 얘기를 들었다. 이미 사고 발생 이전, 광명시 측이 이케아 측에 투명유리 회전문에 대해 보완 조치할 것을 구두로 권고했다는 것이다.
<일요신문>과 통화한 광명시 관계자는 “당시 사고 발생과 별개로 이미 1월 초 이케아 측에 ‘회전문 유리에 인식 가능한 눈높이의 안전띠를 부착하라’고 권고했다. 다만 법적 강제사항은 아니었다”라며 “회전문과 그 문을 둘러싼 측면이 모두 투명유리기 때문에 이를 인식하고 충돌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표시가 필요했다”고 답했다.
A 씨가 겪은 사고는 이미 광명시가 수차례 안전 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이케아 측에 보완을 요구했던 부분과 맞닿아 있다. 즉 이케아 측이 사고 이전, 광명시의 ‘안전띠 부착’ 권고를 받아들였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2월 26일 <일요신문>은 사고 현장을 찾았다. 사고가 발생한 문제의 회전문과 그 주변에는 앞서 광명시가 권고한 ‘안전띠’가 부착돼 있었다. A 씨 측은 이와 관련해 “사고 당시엔 아무 것도 없었다”며 “아마도 광명시 권고에도 보완 조치를 하지 않았던 이케아가 사고 발생 후 뒤늦게 안전띠를 부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광명시에 위치한 이케아 건물 전경.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사고와 관련해 이케아 측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우선 앞서 A 씨 측이 적절치 못했다는 후속 조치 의혹과 관련해 이케아 측 관계자는 “고객께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고객께 최대한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아마도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오는 문제로 보인다”고 답했다.
광명시의 보완 권고를 이행하지 않다가 사고 발생 후에야 안전띠를 부착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고의로 보완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그 과정과 순서에 대해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보완 조치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정말 유감이다”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가중될 수 있는 부분은 또 있다. 이케아 측이 A 씨 측에 보상을 조건으로 ‘확인서’에 서명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문제는 ‘확인서’ 내용이다. 특히 해당 확인서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사항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케아 측이 서명을 요구한 해당 확인서의 세 번째 사항은 ‘청구인은 본 확인서의 체결 및 금원의 지급이 분쟁의 방지 차원에서 당사자들의 양해 하에 이루어진 것일 뿐, 이케아가 어떠한 의무위반, 제품의 결함, 하자 기타 본건 사고에 관한 여하한 법률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즉 해당 사고는 피해 고객 본인의 과실일 뿐, 사실상 이케아 측은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다. 사고에 대한 이케아 측의 책임 전가 의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앞서 살펴봤듯 광명시는 이케아 측에 이미 회전문 보완 조치를 권고했고, 이케아 측은 사고 발생 후에야 보완 조치를 이행했기 때문이다. 사고에 대한 이케아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는 셈이다.
확인서의 네 번째 사항은 ‘청구인은 사고에 관한 사항 및 확인서 내용을 엄격히 비밀로 유지하고, 관련 법령에 따라 공개가 강제되지 않는 이상 이를 언론 기타 여하한 제3자에게도 공개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보상을 조건으로 해당 사건의 언론 제보와 제3자 공개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사고에 대한 이케아 측의 고의적 은폐 시도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A 씨 측은 “우리는 아직까지 이케아 측에 해당 확인서만 받았을 뿐, 정식으로 사과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그저 보상을 조건으로 문제의 내용이 담긴 확인서에 서명을 해줄 수는 없다”라고 이케아 측에 진심이 담긴 사과와 해당 확인서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해당 확인서에 대해 이케아 측 관계자는 “확인서를 피해 고객에 보낸 것은 맞다. 해당 문건은 충분히 내부에서 법적으로 검토한 문서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라며 “정식 사과가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고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며 현재로선 고객과의 합의와 관련해 우리가 회신을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