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하고 나는 일심동체야‘’
▲ 영화 <너는 내 운명> | ||
특히 이 남성은 거주지 인근 성매매 업소를 주기적으로 드나들며 에이즈를 전염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유흥가에선 때아닌 ‘에이즈 괴담’이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불안해하는 인근 주민들과는 달리 경찰은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아무개 씨가 에이즈 감염자 확정 진단을 받은 것은 2006년 6월의 일이다. 이 씨는 그해 5월 우연히 헌혈을 했다가 에이즈 양성 의심 진단을 받았고, 보건소 진료 한 달 후 최종적으로 에이즈 보균자 판정을 받았다. 2005년 군 복무 당시 휴가를 나와 성매매를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 씨는 에이즈 확정 진단 후에 주변에 이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심지어 가족들에게까지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숨긴 채 집에서 나온 이 씨는 고시원과 사글셋방을 전전하며 생활했다. 생활비는 일용직 노동자, PC방 아르바이트 등 보건증을 제시할 필요가 없던 일을 찾아 해결했다.
같은해 10월경 이 씨는 지인의 소개로 A 씨(여·28)를 처음 만났다. 이 씨가 친구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해 이뤄진 만남이었다. 물론 이 씨는 A 씨를 만났을 때 자신이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꾸준히 만남을 이어가던 둘은 다음해 1월경부터 깊은 관계로까지 발전했고, 이후 동거생활에 들어갔다.
첫 관계를 맺은 후 이 씨와 A 씨의 성관계는 지난 6월까지 3년여간 이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 씨가 동거기간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않은 채 성관계를 맺어왔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지난 9월 6일 보건소 진료를 거쳐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됐다. A 씨는 당시 감기가 낫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겨 병원을 찾았다가 혈액 검사를 받았고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A 씨는 애인 이 씨가 에이즈 보균자였으며 그로 인해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A 씨는 이 씨에게 따졌지만 이 씨는 그런 A 씨를 폭행까지 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월 중순경 A 씨가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고서도 왜 성관계를 맺어왔냐고 항의하자 이 씨는 집안의 집기와 주먹, 발 등으로 A 씨를 구타했다. 그 길로 도망을 나와 병원을 찾은 A 씨는 진단 결과 찰과상, 타박상 등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곧이어 A 씨는 ‘고의적 에이즈 전염 및 폭행치상 혐의’로 강동경찰서에 이 씨를 고발했다. 하지만 신고 후에 이 씨가 잠적하는 바람에 경찰은 이 씨 검거에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지난 9월 26일 경찰은 이 씨 친구들을 미행한 끝에 이 씨를 강동구 일대 PC방에서 체포했다. 사건 신고 석 달 만의 일이었다. 자신의 심각한 병을 알고도 애인에게 이를 감염시킨 파렴치범이 검거된 순간이었다.
그런데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 씨가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주기적으로 유흥업소를 드나들며 성매매를 해왔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돼 파문은 갈수록 커질 조짐이다. 이 씨가 숨어 지내던 사이 수차례에 걸쳐 성매매 업소를 이용했다는 진술을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경찰 일각에서는 “(수사를 담당한) 경찰들이 ‘제2의 에이즈 택시기사’ 파동으로 확전될까봐 이를 쉬쉬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에이즈 택시기사’ 파동은 제천지역의 한 택시운전사가 2003년 6월부터 유흥업소 종업원 6명과 성관계를 맺었다가 지난 4월 검거된 사건이다. 성관계를 맺었던 여성들은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당시 제천 지역은 에이즈 공포에 휩싸인 바 있다.
실제로 사건을 수사한 경찰 측에서도 “성매매 업소를 이용했다는 진술은 없었다”면서도 “검찰에 송치된 사건이기 때문에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아직까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동부지검 형사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이번 사건이 ‘제2의 에이즈 택시기사’ 사건으로 확전될지, 아니면 한 여성을 파멸로 몰고 간 파렴치범의 얘기로 끝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