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만 되면 몸값 ‘껑충’
특히 지난 1월 정동영 전 고문이 진보진영 시민사회 인사들이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국민모임에 참여하면서 천 전 장관 입당 여부가 핫 이슈였다. 정치권에서는 재보선을 앞두고 천 전 장관이 국민모임에 참여할 경우 ‘호남 신당’이라는 타이틀을 쥔 국민모임에 힘이 실릴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에 천 전 장관은 “국민모임에 가는 것은 한국 정치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며 새정치연합에 남았지만 막상 경선을 앞두고는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다. 천 전 장관은 무소속으로 출마하되 국민모임과 정의당 등 또 다른 야권 주자들과 연대할 전략을 세우고 있다.
천 전 장관 측 관계자는 “천 전 장관이 곧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결심을 지인들에게 밝혔다. 그는 본인의 생각만큼 당이 혁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 (무소속으로) 나오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모임·정의당과 논의해 천 전 장관과 새정치연합 후보 2자 구도를 만들 생각이다. 무소속으로 새정치연합과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측은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 관악을과 경기 성남 중원에 일찌감치 낙점된 새누리당 후보들의 지지도가 만만찮은 상황에서 광주까지 사수하지 못할 경우 문재인 당대표에 대한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호남 맹주의 유력 주자인 천 전 장관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자 호남권을 지켜오던 박지원 의원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선이 좋은 것도 전략공천이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길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며 경선 구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는 천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천정배 전 의원은 우리 당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당을 이끌어온 분이다. 그런 만큼 우리 당의 경선에 참여해주시길 바랐고 권유도 했지만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라며 “무소속 출마를 최종 확정한 것이 아니라면 다시 한 번 (당내 경선을 통한 출마를) 권유드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광주 지역 전략공천 논란에 이어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되는 등 호남 민심의 변화도 걱정거리다. 새정치연합이 광주를 붙잡지 못한다면 다음 총선에서 호남권의 정치 지형이 변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 전 장관이 당선되면 호남을 주축으로 하는 국민신당 등 새로운 신당들이 설 자리를 만들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앞서의 관계자는 “천 전 장관이 국회에 입성하면 당장 당이 쪼개지기보다 다음 총선 때 호남 지역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말 선거구제 개편 등을 토대로 신인과 기존 정치인들 간 갈등이 있을 텐데 그 과정과 맞물려 정치지형이 변화하지 않을까 싶다. 천 전 장관의 당선이 비주류와 신당 출현 가능성을 넓혀 주는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천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 자신의 입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상진 건국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는 “천 전 장관의 경우 무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하면 호남 맹주로서 확실한 자신의 입지를 세울 수 있다”며 “신당을 만들게 된다면 천 전 장관이 주인공이 될 것이고 새정치연합의 영입으로 들어간다면 적어도 지도부급이 될 수 있다. 국민모임과 정의당 입장에서도 후보를 안 내면서도 새정치연합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일대일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새정치연합은 경선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공천에 참여하고 있는 한 새정치민주연합 핵심 당직자는 “천 전 장관의 영입이 중요하지만 무소속 출마한다면 우리는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천 전 장관이 안산 지역에서 오래 활동했다는 점에서 지금 광주로 돌아간다고 해서 높은 지지를 받을지는 알 수 없고 후보 분열 등의 변수도 남아 있다. 만약 진다고 해도 문재인 지도부가 전략공천이 아닌 경선을 통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타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