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웬 연기만…
지난 2일부터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에 있던 키워드다. 해당 키워드를 통해 이자스민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아들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알바)를 하다 담배를 상습적으로 훔쳤다는 이야기가 빠르게 퍼졌다. 네티즌들은 국회의원이 자식 교육하나 똑바로 시키지 못했다며 분노하면서도 ‘금수저’로 통하는 의원 아들이 편의점 알바를 한 배경도 궁금해 했다. 서울 마포구 소재 한 편의점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미제’로 남는 모양새다. 그 미스터리를 따라가 봤다.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 아들 이 아무개 씨는 훤칠한 키와 훈훈한 외모로 유명하다. 이 의원도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이 씨를 참 아꼈다고 한다. 국회 미용실에서 이 의원이 아들 이 씨의 머리를 손질해주는 다정한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자스민 의원
이 씨의 알바 생활의 절반쯤인 12월부터 새 점장(운영자)이 부임했다. 그리고 12월 21일 이 씨는 한 달간의 알바를 끝냈다. 편의점 알바는 보통 하루 7시간씩 근무한다. 주말만 근무하는 이 씨는 알바 기간 동안 10번을 근무했을 것이고 지난해 최저시급 5210원을 계산해보면 36만 4700원, 야간 알바였다면 여기에 1.5를 곱한 54만 7050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알바가 끝나고서부터다. 이 씨는 12월 알바비가 제때 들어오지 않았다며 고용노동청에 신고를 했다. 편의점 본사 측은 “월급은 일한 정산금이 입금되는 그 다음달 15일에서 5일 이내에 입금된다”며 “이 씨가 사전에 합의한 사항을 오해해 신고했고, 지급이 완료돼 취하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정산 받고 일단락될 줄 알았던 이 씨와 A 편의점의 관계는 재고조사에서 다시 한 번 떠오르게 됐다.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3개월마다 하는 재고조사를 올 2월 13일에 실시했고 지난해 11월 18일부터 2월 12일까지의 재고조사 결과가 나왔다. 무려 214갑의 담배가 사라졌다. 날짜로 계산해보면 하루 평균 2.87갑이다. 담뱃값이 오른 2015년에 214갑은 약 100만 원에 달한다.
편의점은 보통 용량상의 문제로 CCTV 기록을 한 달 정도밖에 저장할 수 없다. 재고조사 결과를 받은 시점에는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의 결과밖에 볼 수 없었던 것. 12월에 새로 부임한 A 편의점 점장은 기록을 들여다봤다. 이 씨의 근무시간대에 유난히 결제 취소가 많았다. 약 3개월 동안 1246건의 담배 결제 취소 중 주말 알바만 하는 이 씨의 결제취소가 207건으로 지나치게 높았다. 점장은 이 씨를 의심했다.
재고조사 후 약 2주 뒤인 3월 2일부터 “이 씨가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담배 바코드를 찍은 후 취소하는 식으로 담배를 빼돌린 것 같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접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담배는 빼돌리기 가장 어렵다. 예를 들어 음료수의 판매가는 1000원이지만 원가는 300원이다. 반면 담배는 판매가가 4500원이면 원가가 4000원이 넘어 판매가 대비 원가가 가장 높은 상품이다. 따라서 편의점에서 전번 근무자와 후번 근무자가 인수인계를 할 때도 돈과 함께 담배는 꼭 맞춰볼 정도로 담배 관리가 철저하다”고 말했다.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자 편의점 본사 측은 A 점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같은 날인 2일 이 의원실 관계자도 A 편의점 점주(소유주)를 만나 진위를 따졌다. 이후 A 편의점 사물함에서 담배를 찾았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보도에 네티즌들은 “양측이 덮으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며 분개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특별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다만 의원실에서 나온 분이 ‘이렇게 갑자기 없어졌다가 툭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지 않느냐’고 묻자 점주가 ‘간혹 물건이 없어졌다 찾는 경우도 있긴 하다’라고 대답했고 이 말이 와전된 듯하다”며 “편의점 공간이나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주장이 나온 것 같다”고 답변했다.
지난 4일 발표한 본사의 공식 조사 결과 분실된 총 재고는 180만 원어치였다. 사라진 담배는 214갑에서 250갑으로 늘었다.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이 씨가 훔쳤다는 의혹은 처음부터 없었다. 점장이 결제 취소와 환불을 혼동해 빚어진 오해”라며 “결제 취소는 결제수단 변경, 재고 확인, 포인트 재적립 등 결제 전에 이뤄진다”며 “편의점 알바를 막 시작한 서툰 이 씨가 결제 취소를 많이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환불은 거의 없었다. 만약 훔치려고 정말 마음먹었다면 번거로운 결제 취소나 환불 대신 담배를 그대로 가져갔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실 관계자도 “A 편의점 점주는 보도가 나오기 직전 주말에 일손이 부족해 이 씨에게 일할 수 있는지 요청한 적이 있다. 보도와 달리 점주는 그런 의심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업계 관계자는 “담배가 철저하게 관리된다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250갑이나 빈다면 누군가 절도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A 편의점 점주가 업무에 서툴러 담배 수량 인수인계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고 당시 알바생도 새로 들어와 업무에 미숙해 3개월간 큰 재고 차이가 발생했다”며 “CCTV 자료도 없고 그 외에 명확한 증거도 없어 만에 하나 (알바생 중 1명이) 절도했다고 해도 잡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사라진 담배 250갑은 영원히 미제로 남겨진 셈이다. 서울 마포경찰서 관계자도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아 담당 부서도 없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지난 5일 A 편의점을 방문했다. A 편의점은 큰 번화가를 약간 빗겨난 위치에 있어 손님이 많지 않았다. 이날 근무하는 직원은 “저는 땜빵(대체 투입)으로 나온 사람에 불과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했다.
한편 이자스민 의원은 필리핀에서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거나,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안 발의자로 지목되는 등 악의적인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이 의원실 관계자는 “필리핀 사기 혐의 피소는 사실이 아니다. 법조계에 물어보면 금방 답이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도 “이 의원은 국적이 한국이며 한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있었던 일은 한국 법원에 고소해야 한다”며 “필리핀에서 피소됐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연이은 ‘구설수’는 이번에도 의혹으로만 끝나는 모양새다. 연이은 구설수에 대해 이 의원실 관계자는 “빤한 것 아니냐. 결국 이 의원이 미워서 그러는 것 아니겠나”라고 털어놨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