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내놓고 공유하고 반응 보고…“흥분돼요~”
인스타그램에 ‘#일탈’ 등을 입력하면 성기 등 노출사진이나 영상을 갈무리해 볼 수 있다.
지난 2012년 가능성을 인정받은 인스타그램은 경쟁회사였던 페이스북에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에 인수됐다. 당시 인스타그램의 인수 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현재는 페이스북을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히려 당시 인스타그램 경영진이 너무 싸게 팔았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최근 광고업계에서도 인스타그램을 주목해 별도의 채널을 만들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전체 이용자 중 68%가 여성이며, 이용자 전체의 90% 이상이 35세 이하다. 핵심 소비층이 모여 있는 ‘저수지’인 셈이다. 각 회사들은 인스타그램의 15초로 제한된 동영상 길이에 맞게 광고를 제작하거나 사진을 올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벌어진 사건도 있다. 지난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동부 우크라이나에 참전한 러시아인은 전부 민간 의용병이며 정규군은 없다고 주장했으나 한 병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위치가 동우크라이나로 나타나 문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유부남 톱스타와 관련한 여성이 인스타그램에 남긴 글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여성은 그 스타가 준 선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구설수에 휘말렸다. 지난해 6월에는 엑소(EXO)의 백현과 열애 중이던 소녀시대 태연이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머그컵 사진을 올리며 ‘탱쿵베뤼머치’라는 글을 덧붙였다. 팬들은 ‘탱쿵’을 태연과 백현의 합성어가 아니냐며 팬들을 조롱했다고 비난했고, 이에 태연이 오해라고 해명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해프닝을 넘어 최근 인스타그램의 큰 문제로 부각되는 건 ‘해시태그(Hashtag)’라는 기능이다. 해시태그는 해시 기호(#) 뒤에 특정 단어를 쓰면 그 단어에 대한 글을 모아서 볼 수 있는 편리한 기능이다. 그런데 이 편리한 기능이 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는 ‘열려라 참깨’ 같은 주문으로 변질되고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 ‘#섹스타그램’ 혹은 ‘#일탈’만 입력하면 남녀 불문하고 자신의 성기를 노출한 사진을 끝도 없이 볼 수 있다. 해시태그 기능이 인스타그램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스타그램의 강력한 해시태그 기능과 사진이 중심인 특성이 만나 음란물 유통의 한 축이 된 셈이다.
SNS상에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는 사람들을 인스타그램에서는 일탈을 즐긴다는 의미에서 ‘일탈족’이라고 부른다. 남자는 ‘일탈남’, 여자는 ‘일탈녀’라고 칭한다. 이 ‘일탈족’들은 대개 얼굴은 가리고 자신의 신체 부위만 찍어서 올리는데 가끔 인스타그램 속에서 공개적으로 성관계 상대를 찾기도 한다.
또 다른 문제는 10대 이용자가 많은 인스타그램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너무 쉽게 음란물과 다름없는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탈족 팔로어(구독) 계정 중에서는 10대들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청소년 보호를 위해 각종 인증절차를 거치기도 하고 유해 사이트를 열심히 차단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쓰는 SNS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등잔 밑이 어두운 격이다.
물론 인스타그램 측에서도 주기적으로 이런 음란물을 차단하거나 해당 계정을 삭제시키는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아이디가 삭제된 일탈족들은 금방 자신의 아이디를 알아 볼 수 있도록 아이디에 숫자 하나만 더 붙인다거나 #섹스타그램 혹은 #일탈 등의 해시태그를 붙여 자신을 찾아오게 만든다. 실제로 모 계정 프로필에는 아이디가 삭제되면 ‘want(원해요)’를 한 번 더 써서 찾아달라는 내용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왜 일탈을 할까. <일요신문>이 50여 명의 ‘일탈녀’에게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는 이유를 물어보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내 계정이니까 내 마음이지. #섹스타그램 검색해보면 더러운 게 너무 많다. 인간의 몸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그걸 너무 더럽게 표현한다(t***** 계정).”
“그냥 팔로어 수 모으고 싶어서 한다(p**************).”
“(몸매가 별로인 것을 빼면) 창피하거나 하진 않다. (팔로어들이) 예쁘다, 섹시하다, 해주면 기분이 좋다. 내 안에 봉인된 노출 욕구가 있는데 길거리에서 벗지는 못하니까(i********).”
“그야말로 일탈이다. 다른 곳에선 보일 수 없는 내 모습을 여기서 꺼내 놓고 공유하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반응을 본다. 누군가한테 흥분을 가져다준다는 게 저한테도 조금 흥분감을 주기도 한다(2********).”
질문 자체를 기분 나빠하는 사용자도 많았다. 자신의 신상정보를 턴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일탈족들은 보통 온라인에서 일탈을 즐기는 사실이 오프라인, 즉 현실에서 알려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일탈족들의 학교나 지역 등의 작은 신상정보만 퍼져도 계정 자체를 폐쇄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앞서의 질문에 c*********는 “무슨 조사하는 거야? 나 섹스타그램 접었다. 묻지 말라”, h****는 “꺼져”라고 답했다.
‘신상이 털릴 걱정은 안하느냐’고 묻자 s************는 “그래서 나이까지 모두 비밀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앞서의 2********는 “여기 수 없이 넘치는 사람 중 하난데 털어 봤자 손해날 게 없다”며 “내가 유명인사도 아니고 털어서 그 사람이 얻는 게 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 음란 사진이 만연한 현상에 대해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여행 사진, 음식 사진 올리는 것처럼 그것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탈족은 자칫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일탈족 사이에서는 자신의 신체를 자기가 찍어 자신의 계정에 올리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그러나 김진철 법무법인 서호 변호사는 “누구나 볼 수 있는 SNS에 공개적으로 올린 음란물은 그 대상이 자신이라 하더라도 음란물유포죄에 해당돼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