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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 이주일씨의 별세소식이 알려지면서 곧바로 ‘장학재단을 만든다’ ‘금연재단을 만든다’는 등의 보도가 나왔지만 이는 모두 사실무근인 것으로 확인됐다. 단지 이주일씨 주변인들의 ‘바람’이 이같이 잘못 알려졌던 것. 당시 장례집행위원을 맡았던 석현 전국연예예술인노조 위원장은 “이주일씨의 뜻을 본받아 동료 후배들이 좋은 일을 해나가고 싶다는 취지의 말이 잘못 전달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생전 이주일씨가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남모르게 도와왔던 것을 생각하면 그의 뜻을 이어 ‘봉사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고인을 위해서도 뜻깊은 일이다. ‘아쉬운’ 나이에 떠난 이주일씨가 못다 한 일은 남은 동료와 후배들의 몫이기도 한 셈.
그러자면, 무엇보다 이주일씨 가족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주변 사람들은 “만일 이주일씨가 자신이 해오던 선행을 이어갈 ‘뜻’을 남겼다면 (이를) 가족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실제로 생전 이주일씨가 개그계 동료들과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를 한 적은 없었다는 것. 더구나 장학사업이든 금연사업이든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할 것이 분명하므로, 주변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 역시 한 측근은 지적했다. 이미 이주일씨는 투병 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재산을 부인과 두 딸에게 ‘분배’해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주일씨가 남긴 재산은 어느 정도나 될까. 가족들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한 재산규모를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이주일씨가 지난 93년 국회의원 활동을 시작하면서 신고한 재산내역과 이주일씨 측근의 말을 통해 대략 그 규모를 알 수 있을 뿐이다.
먼저 현재 이주일씨의 부인 제화자씨가 살고 있는 분당의 1천5백평대 농원이 가장 덩어리가 큰 땅이다. 지난 93년 국회에 제출한 재산신고 상황에도 이 대지는 모두 제화자씨 소유로 되어 있다. 당시 이 대지는 5억7천5백40만원으로 신고됐으나 이미 9년 전의 상황인데다 공시지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매매가는 그보다 수십 배는 될 것이라는 게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 한 부동산업자는 “위치와 그밖의 여러 조건을 따져보면 2백억∼2백50억원 정도는 값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7년 구입한 제주도 서귀포의 1천4백평 규모의 땅도 현재까지 이주일씨 소유로 되어 있다. 경기 용인에도 1천9백평 정도의 땅을 가지고 있는데 93년 당시에는 91년 사망한 장남 정창원씨의 명의로 남아 있었다.
이주일씨는 88년 9월부터 서울 이태원 ‘캐피탈호텔’의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기도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사업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이주일씨는 그의 팬이었던 캐피탈호텔 회장의 권유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총공사비 30억원을 들여 문을 연 아시아 최대규모인 8백평 짜리 나이트클럽의 성공으로 이주일씨는 90년에 나산그룹 안병균 회장이 운영하던 ‘홀리데이 인 서울’까지 인수하게 된다. 현재 캐피탈호텔 관련사업은 이주일씨의 처남이 맡고 있다. 이 시기에 이주일씨가 소유했던 건물은 대부분 매매한 상황.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5층 짜리 건물은 이주일씨가 사망하기 얼마 전인 지난 7월초에 처분했고, 서울 용산구 라이온스 빌딩 특실 소유권 역시 지난해 9월 팔았다.
이씨가 ‘돈을 번 이야기’에 대해서는 그의 자서전에서도 소개돼 있다. 이씨는 “TV에 데뷔한 81년부터 7∼8년 사이에 엄청나게 돈을 벌었다”며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리맡에 돈다발이 수북하게 쌓여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93년 그가 공개한 재산 ‘52억원’은 당시 국민당 정몽준 의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었다. 또한 5년 연속 연예인 소득순위 1위의 ‘성실납세자’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기도 했다. 이씨는 이 시기에 밤업소, 영화사, 지방 밤무대 등을 통해 돈을 벌어들였다. 많게는 하루에 1억원 가까이 번 적도 있으며 ‘사과궤짝에 담긴 돈’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궤짝 하나에 2∼3억원의 돈이 들어가니 당시의 화폐가치까지 감안한다면 어마어마한 액수였던 셈.
이주일씨는 자신이 열심히 일해 번 돈을 남에게 맡기는 기분이 싫어 은행 거래를 꺼렸다고 한다. 실제 죽기 전 병상에서 쓴 자서전에서도 이씨는 돈을 주로 장롱에 모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항간에 ‘이주일씨의 재산은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모두 이 때문. 그러나 현재 소유한 재산 중 파악되는 것만 따져봐도 그 규모는 엄청나다. 이주일씨의 한 측근은 “추측 가능한 액수만 수백억원은 될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액수는 가족들만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