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영혼을 가지고 깨어난 시동생과 형수의 거스를 수 없는 슬픈 사랑을 담은 이 영화는 이병헌과 이미연이 호흡을 맞춘 것만으로도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 소설 <비밀>(히가시노 게이고 원작)과의 유사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 <비밀> 또한 ‘빙의’ 현상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데다 역시 영혼이 뒤바뀐 상대와의 사랑을 담고 있기 때문.
죽은 엄마의 영혼이 딸의 몸 속으로 들어간 후 아버지와 ‘부녀’와 ‘부부’ 사이를 오가며 벌어지는 일들이 주된 줄거리다. 더구나 두 영화 모두 10월 중 개봉 예정이어서 관계자들은 적잖이 신경을 쓰고 있는 눈치다.
주목받는 ‘문제작’에는 어김없이 등장했던 표절논란이 이번에도 불거지게 될까. <중독>의 대략적인 시놉시스는 이렇다. 서로에게 유일한 가족인 호진(이얼 분)과 대진(이병헌 분)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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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중독>의 한장면 | ||
은수는 말투부터 취향, 습관까지 남편과 똑같은 대진 앞에서 혼란스러워한다. 남편의 영혼이 시동생에게 빙의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은수와 자신이 남편임을 주장하는 대진. 그러나 시동생과 형수의 선을 고집하던 은수는 결국 벽을 허물고, 대진을 남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처럼 ‘형의 영혼이 동생에게 들어감’으로써 빚어지는 형수와 시동생 사이의 거부할 수 없는 사랑 얘기가 <중독>의 주된 스토리.
그렇다면 일본소설 <비밀>은 어떤 내용일까. 한 모녀가 여행을 가던 중 버스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진다. 남편 앞에서 잠깐 의식을 찾은 부인은 딸의 손을 자기에게 쥐어줄 것을 부탁한 후 숨을 거둔다. 그런데 마침내 깨어난 딸은 아빠를 엄마가 부르던 애칭으로 부른다.
7살짜리 딸아이의 몸에 부인의 영혼이 들어간 것. 결국 이들은 둘만의 공간에서는 부부로, 밖에서는 부녀지간으로 생활하게 된다. <비밀>은 엄마의 영혼이 딸에게 ‘빙의’됨으로써 벌어지는 위험한 사랑 얘기를 다루고 있다.
근친상간 논란도 불러올 수 있는 충격적인 내용을 코믹한 터치로 그린 이 작품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고 일본 TBS방송사가 영화로 제작해 지난 99년 10월 개봉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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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중독>의 한장면 | ||
또한 “결말의 반전부분이 이를 증명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영화의 시놉시스만을 가지고 표절을 운운하는 것은 섣부르다. 그러나 ‘씨네2000’에서도 이미 <비밀>의 한국측 저작권 대행사인 A사에 판권 구입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져 ‘표절시비’ 논란을 어느 정도 예상한 것으로 보여진다.
<비밀>은 이미 화제가 됐던 작품인 만큼 A사엔 이밖에도 여러 방송사, 영화사들로부터 영화 저작권을 사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왔다고 한다. A사 관계자는 “판권이 이미 프랑스 영화관계자에 팔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로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씨네2000’은 왜 <중독>과 ‘엄연히 다른 작품’인 <비밀>의 저작권 구입을 고려했던 걸까. 이에 대해 남정일 팀장은 “표절 시비에 대해 법률적으로 안전하게 가기 위해 그랬던 것일 뿐, 시나리오도 전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표절을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비밀>은 10월11일에, <중독>은 바로 한 주 뒤에 개봉된다. 과연 두 영화의 ‘유사성’에 대해 관객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한 네티즌은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는 만큼 감독의 역량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성아 기자 zzang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