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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죠앤 | ||
가수가 연기에까지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70년대에도 혜은이, 장미화 등 가수들이 주말드라마에 고정 출연한 적도 있으며, 80~90년대에도 코미디를 비롯 연기자로의 변신을 시도하는 가수들의 행렬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대부분 ‘외도’로 그쳤을 뿐 연기를 겸업할 정도의 반열에 오른 가수는 거의 없었다.
그러던 것이 올해 들어 가수가 연기를 겸업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특히 이른바 ‘아이돌그룹’ 출신 가수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핑클의 이진이 <뉴 논스톱>에, NRG의 이성진은 <레츠고>에, 신인 가수 죠앤이 <오렌지>에 출연, 시트콤을 종횡무진 휘젓고 다닌다. 곧 신인 가수 비가 <오렌지>에, 자두는 <이색극장-두 남자 이야기>에 출연하기로 결정, 투입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것은 최근 몇 년 동안 불황인 음반시장이 올해 들어 더욱 가파르게 냉각된 데 기인하기도 한다. 지난해만 해도 1백만 장 이상 음반이 팔린 김건모, god 등이 명맥을 지켰지만 올해는 상반기 내내 1백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음반이 한 장도 없다.
가요계에 군림해온 스타 가수들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가수들 스스로 ‘노래만 불러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엔터테이너를 바라는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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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성우(좌) 구준엽(우) | ||
그중에서도 현재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댄스 그룹들은 특성상 20대 중반을 넘기면 댄스동작들이 둔해져서 어린 신인들에 비해 불리한 조건이 된다. 또한 기획사에서 조직된 그룹이니 만큼 가치가 떨어졌을 때 해체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해체 후 각자 갈 길을 찾아야 할 때, 나이 들어서도 맞는 역할이 있는 연기자란 분야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여기에 무명신인을 쓰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이미 기반을 닦아놓은 인기 가수들을 캐스팅, 그들의 팬을 끌어들여 한 명이라도 더 시청률을 올리고자 하는 방송사의 입장이 맞물려 이 같은 만능 엔터테이너 붐이 일어나게 됐다. ‘스타급 연기자들은 영화판으로 가버려 쓸만한 인물이 없다.
인기 가수들을 캐스팅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수도 있고, 역할도 효과적으로 해내므로 당장 이만한 대안이 없다’는 게 방송제작진의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벼운 나들이 수준을 넘어 연기자들의 아성인 정통드라마까지 넘보는 가수들이 부쩍 늘었다. 드라마는 시트콤처럼 어색해도 웃고 넘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이상 출연시키는 쪽이나 출연하는 쪽이나 상당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정통 드라마에 도전장을 내민 가수들의 출사표는 남다른 각오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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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S의 유진이 드라마 <러빙 유>에서 박용하 와 열연하고 있다. | ||
가장 먼저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가수는 신성우. MBC <위기의 남자>에서 상대역인 이혼녀 황신혜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직장 상사 역을 멋지게 해내 ‘아줌마’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클론’의 구준엽은 현재 방영중인 SBS <순수의 시대>에서 이아현을 짝사랑하는 순박한 노총각 역을, 핑클의 성유리는 종영한 SBS <나쁜 여자들>에서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나쁜 여자로 돌변하는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S.E.S의 유진, 신화의 김동완, 전 H.O.T의 강타는 SBS <오픈 드라마-남과 여>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여기서 합격점을 받은 유진은 현재 방영중인 KBS <러빙 유>에서 주연으로 낙점,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줬던 연기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신화의 김동완 역시 연기력을 인정받아 다음달부터 방영할 예정인 KBS 미니시리즈 <천국의 아이들>(가제)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그룹 출신 가수로는 여성듀엣 코코의 멤버였던 이혜영이 드라마와 영화 등에 출연, 주연을 맡기도 했으나 최근엔 연기와 가수 활동 모두 소강상태. 솔로 가수로서 연기 겸업을 해 인정받는 경우는 꽤 많다. 임창정이 대표적으로 가수와 배우 양면으로 성공을 거뒀고, 엄정화 역시 올해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안방에는 김창완이 넉살좋게 버티고 있으며 그 누구보다 큰 성과를 올린 것은 장나라다.
반대로 가수가 연기자로서의 변신을 꾀할 때 주목받지 못하면 가수 활동마저 자연히 접게 되었다. 예전 댄스그룹 ‘잼’의 여성멤버 윤현숙이 연기자로서 변신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고, 결국 가수로서도 재기하지 못하고 무대에서 사라졌다.
김민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