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문음악학원 사장 박영식씨. | ||
72년부터 악기제조업을 하면서 악기점을 운영해온 이 연습실의 사장 박영식씨(52)는 가수들 사이에서 마음씨 좋은 ‘서문아저씨’로 불리고 있다. “춥고 배고팠던 무명시절에 우리들의 어려운 주머니 사정을 알고는 연습실 대여료를 깎아 주었을 뿐 아니라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잠도 공짜로 재워주신 분”이라면서 “가수들의 무명시절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이승철은 말한다.
처음 이 연습실을 찾은 가수는 언더록 그룹의 대표 주자인 ‘무당’, 70년대 후반께의 일이다. 록음악의 붐이 일어났던 그 당시, 아쉽게도 연습실이 없었는데 서문음악학원이 생기면서부터 록음악의 ‘가수 지망생’들이 속속 찾아왔다. 그 다음으로 찾아온 이는 ‘작은 거인’의 김수철, 그는 연습은 하지 않고 종종 찾아와서 연습실 내부만 구경하고 갔다고 한다. 그때도 악기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 김종서, 신성우 | ||
당시 이승철의 부모는 그가 음악하는 것을 심하게 반대했다. 연습실까지 쫓아와서는 끌고 나가고, 음악을 못하게 말렸지만 그의 음악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엔 포기한 이승철의 어머니가 하루는 찾아와서 “기왕 시작한 것, 열심히 하라”면서 마이크와 마이크시스템을 선물로 사주고 갔다고 한다. 박 사장은 “그동안 많은 가수들이 이 연습실을 거쳐갔지만 가장 기억나는 사람은 이승철과 부활”이라면서 “제일 열심히 연습했고, 한번 연습하면 밖에서 전쟁이 나도 모를 정도로 음악에 빠져들었다”고 말한다.
▲ 이승철, 신동엽 | ||
하지만 박 사장의 기억 속에 가장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사람, 인상적인 사람이 있다. 바로 개그맨 신동엽이다. 고등학교 때 베이스기타를 쳤던 그는, 당시 보컬의 한 멤버로 활동한 적이 있었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TV를 보니 개그맨이 돼 있더라”면서 “그 모습을 보고 음악을 했던 친구가 어떻게 개그맨이 됐을까 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의 연습실에는 앞서 열거한 가수들뿐만 아니라 가수 김경호, 리아, 그룹 ‘시나위’ ‘봄 여름 가을 겨울’ ‘블랙홀’ ‘백두산’의 리드싱어 김도균 등도 무명시절에 자주 찾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숙영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