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상의가 있었던 경우나, 불가항력의 사건이었거나에 상관없이 그들에게 방송 펑크가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상황임은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전 통보 없이 촬영을 펑크냈을 경우, 심할 때엔 그 방송국에서 퇴출까지 당할 정도로 연예인을 기다리고 있는 펑크 후 징벌은 무겁기만 하다.
그런 극단적인 조처가 아니라고 해도 제작진의 질책과 선배, 동료들의 질타로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펑크를 막아보려고 할 수밖에.
하지만 요즘 활발한 활동을 하는 젊은 연예인들은 이 펑크에 대한 개념이 예전보다 훨씬 약화되어 있다고 한다. 방송을 ‘부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 같다’는 한 연륜 있는 탤런트의 얘기를 덧붙이지 않더라도 최근 일부 연예인들이 보여주는 행보는 그들의 해이해진 정신상태를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얌전한 분위기에 반해 있던 대중들의 생각을 일순에 뒤집어버린 마약 파동의 A의 경우도 잦은 방송 펑크와 지각으로 동료 탤런트들의 원성을 산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야외녹화시간까지 다 잡아놨는데도 불구하고 당일 날, 그것도 몇 시간 전에 ‘몸이 아파 못 온다’는 말로 녹화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선배 탤런트들을 기운 빠지게 하기도 했고, 보통 세 시간, 심지어 다섯 시간 이상 늦게 도착하여, 그것도 잠이 깨지 않은 부스스한 얼굴로 녹화에 임하는 불성실한 자세를 보여 과격한 한 선배 탤런트가 ‘다시는 A와는 함께 작업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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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마다 그녀의 변은 ‘몸이 안 좋다’. 살이 보얗게 오르는 것을 두 눈으로 보면서 아프다는 거짓말에 함께 춤을 출 수밖에 없는 연출자야말로 죽을 맛이었다고 후일담을 내보내기도 했다.
또 얼마 전 막을 내린, 한 인기 드라마의 연출자가 회고성 인터뷰에서 밝힌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여배우 둘’ 발언 역시 잦은 펑크에 따른 것이었다. 한창 CF 스타로 주가를 올리던 B양은 CF를 핑계로 자주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스케줄을 조정해줘도 ‘CF 때문에 늦어진다’는 매니저의 전화에 함께 촬영하는 연기자들이 날이 새도록 기다리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당시 B는 자신의 캐릭터가 맘에 들지 않아 있지도 않은 CF 재촬영을 핑계로 녹화장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꾹꾹 참아 왔던 호랑이 연출자가 막바지에 울분을 토로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연예인들의 펑크는 때로는 연예인들의 이적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과로가 겹쳐 입원하게 되었으니 방송에서 빼달라’는 식의 요구를 받으면 제작진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는 일. 부족한 프로의식을 탓해본다고 해도 아프다는 데야 두말할 방도가 없을 수밖에. 영악한 몇몇 연예인들은 이런 식으로 며칠 간 입원했다가 경쟁 방송국이나 타 프로그램으로 옮겨간다고 한다. 물론 더 ‘좋은’ 조건으로.
드라마 중의 펑크는 어떻게든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 있는 편에 속한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다. 한동안 높은 음악성을 갖춘 뮤지션들의 출연과 진행자의 정감 어린 솜씨로 인기를 모으던 한 프로그램은 좋은 예다.
자신의 이름 석자가 방송 프로그램의 제목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출연자가 나왔다고, 제작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방송 당일 연락을 두절시켜 버린 진행자 C는 두 번의 유예를 거쳐 급기야 프로그램을 닫기에 이르렀다.
당시 여러 가지 속사정이 있었다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이유는 하나. 한 보이밴드 D를 극단적으로 싫어한 C가 ‘그들이 나온다면 진행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말했으나 제작진이 제안을 받아들여주지 않자 이에 반발해 펑크를 냈던 것.
이 펑크 사건은 방송을 접기에 충분한 일이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결국, 긴급수배한 다른 가수가 진행해서 위기를 모면하기는 했지만 그는 무책임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최근 비슷한 우를 범하고 있는 진행자 E. 영화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느꼈을 법한 그가 또 한번 영화 때문에 문제를 일으켰다. 그의 이름 석자를 내건 토크쇼는 그간 한 시민단체와 일부 시청자들의 저질 시비와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매주 방송되던 프로그램이었다. 제작진은 이런 비판에도 ‘시청률이 좋다는 것은 모든 것을 제압한다’는 식으로 방송을 지속하다가 E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파행 방송을 하고 있는 중이다.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