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와병설·은퇴설…누가 ‘연기’ 피우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3H 불출마론’이 부상하고 있다. 3H는 이름에 ‘ㅎ(H)’자가 포함된 3인, 즉 이해찬·문희상·한명숙 의원(왼쪽부터)을 가리킨다. 임준선·이종현 기자
‘3H 불출마론’의 발단은 지난 연말 한 사설 정보지에서였다. ‘친노계 중진 A 의원의 와병설’ 관련 이야기로, A 의원의 구체적인 병명 및 병원 진단 내용 등이 담겼다. 이에 몇몇 기자들이 해당 의원실과 측근에게 수소문한 결과, A 의원 측은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차기 총선에 불출마 의사도 없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이후 와병설은 흐지부지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문제의 내용이 다시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 지도부 체제가 들어선 이후부터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친노계 진영에서 총선 준비 과정에서 당내 중진 의원을 일부 교체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A 의원이 거론된 것이다. 교체 명단에는 일부 비노계 의원도 섞여 있었지만 친노계 인사가 대다수였다. 최근에는 이름에 ‘ㅎ’자가 들어가는 세 의원을 한데 묶어 ‘3H 불출마론’까지 도출된 것이다.
앞서 언급된 A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최다선(6선)인 이해찬 의원이다. 친노무현계 핵심 인사로 꼽히는 이해찬 의원은 당내 고질적 계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름이 거론된다. 실제 이 의원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최전선에서 활동 중이다. 이 의원이 15년 만에 대정부 질문에 나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최근 지역구를 돌며 의정활동 보고회를 가지면서 차기 총선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것도 당내 불출마 여론을 일축하기 위함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전신인 민주통합당 대표를 지낸 한명숙 의원 역시 불출마 표적이다. 특히 한 의원은 9억 원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와 관련해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2013년 2심에서는 유죄를 받았다. 앞서의 야당 당직자는 “정부여당에서 한 의원의 대법원 선고를 정략적으로 이용할 소지가 충분하다”며 “지난 총선 때 임종석 사무총장이 내부 여론에 밀려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두 번 연속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을 이끌었던 문희상 의원 역시 불출마 종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희상 의원은 과거 인터뷰에서 20대 총선에 뜻이 없음을 밝혔다가 최근 이를 번복한 상태다. 문 의원 측은 “(문 의원 지역구인) 의정부가 야권 강세지역이 아니다. 문 의원이 불출마하면 새누리당에 빼앗길 공산이 크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이처럼 ‘3H’ 퇴진 목소리가 문재인 체제 이후 불거지고 말이 덧붙고 있는 상황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도부의 공천 룰 개편을 앞두고 각 계파 간 유리한 지형을 선점하기 위해 일부러 대립각을 만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당시 “총선 1년 전 공천 룰을 결정하고 거기에 맞춰 당을 운영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문자 그대로 오는 4월까지 공천 룰이 나와야 하지만 전혀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는 공천 개혁 작업이 오는 4·29 재·보궐 선거 이후에나 본격 시작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다 공천 개혁을 진두지휘할 문재인 대표와 원혜영 공천혁신추진단장, 박영선 의원 등이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시도하는 상황이기에 최종안은 훨씬 더 늦어질 수 있다. 현재까지는 4월 재보선 공천 룰인 ‘권리당원 50%+국민 여론조사 50%’를 기준점으로 재보선 결과를 놓고 보정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야권 일각에서는 친노계 중진의 불출마를 종용하는 것이 시민사회 출신 초·재선 그룹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중이다. 비노계 성향의 한 베테랑 보좌관은 “총선이 한참 남은 지금 누구를 호명해서 불출마 하라는 식으로 정치하지 않는다”면서 “이제 막 공천 룰 작업이 시작되지 않겠나. 문재인 지도부에서 3선 이상은 페널티를 준다든지 하는 방식을 의논할 수 있다고 본다. 물갈이 대상에 친노계가 많다지만, 지금 김한길 의원 등도 같이 언급되고 있다. 계파 문제라기보다 당내 비례대표들이나 초·재선들이 말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선거 때 물갈이 시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젊은 피 수혈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나오는 것”이라며 “문재인 지도부에서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옛 새정치 세력이나 박원순 시장을 지지하는 시민사회 세력까지 만족할 만한 룰을 도출해 내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노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여당에서는 이한구 불출마라는 의미 있는 시그널이 나온 상태”라면서도 “두 의원(이해찬·문희상) 지역구가 만만한 곳이 아니다. 공연히 새로운 사람을 공천했다간 남 좋은 일만 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재인은 문재인의 길이 있고, 이해찬은 이해찬의 길이 있어야 한다. 최근 중앙당 권한을 축소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일이 전개되는 것도 결국 이해찬 의원이 주도하는 것 아닌가. 두 사람(이해찬·문재인)이 한 몸처럼 보이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