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행동 엇박자…진짜 목적 아리송해
금호산업 지분 매입 때마다 단순 투자 목적이라던 호반건설이 최근 금호산업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사진은 호반건설 빌딩.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이틀 후인 14일 호반건설은 “장내매수로 인한 단순 추가 취득”이라며 금호산업 지분 1%를 추가 취득해 지분을 6.16%로 늘린 사실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11~13일 3일간 집중매수했으며 이렇게 추가 확보한 주식의 취득 단가는 1만 4555~1만 5779원이었다.
호반건설이 앞서의 5.16%를 취득할 때의 단가와 나중에 1%를 추가 취득한 단가의 차이가 큰 까닭은 호반건설의 지분 취득 소식이 알려지면서 금호산업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0일 종가 1만 4300원을 기록한 금호산업 주가는 호반건설 지분 취득 소식과 함께 폭등했다. 심지어 호반건설 지분 취득 소식 직후인 11월 13, 14, 17일에는 무려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천정부지로 치솟던 금호산업 주가는 지난 2월 26일 3만 300원의 종가를 찍으며 3만 원을 가볍게 넘어서기도 했다.
매각공고를 앞둔 기업 지분을 6.16%나 집중 매수하자 IB업계와 재계는 떠들썩해졌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 의지를 본격화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호반건설은 여전히 ‘단순 취득’이라는 목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금호산업 주가가 저평가돼 오로지 투자 목적으로 매입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투자목적에 따른 단순 취득’이라는 입장을 증명이라도 하듯 호반건설은 보유 중이던 금호산업 지분을 지난 1월 21일 1만 7000주를 2만 1812원에, 22일에는 33만 1000주를 2만 3471원에 매도했다. 이틀간 1.21% 지분을 매도하면서 큰 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또 다시 상황이 급변한 것은 지난 2월 25일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다. “오로지 투자목적으로 매입”, “금호산업 인수 관심 없다”던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 더욱이 호반건설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기 직전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지분 4.95%(170만 주) 전량 매각했다.
호반건설 측은 당시 지분 전량 매각 이유에 대해 “지분을 보유하고 인수전에 참여할 경우 여러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면 주가를 띄우기 위한 작전이라는 오해를 받을까 염려한 듯하다”며 “그럼에도 굳이 갖고 있는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재계 일부에서는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내기도 한다. 잦은 말 바꾸기가 화근이었고 지분 매입할 때는 단순 투자라더니 오히려 지분을 전량 매각한 뒤에 인수 의향을 밝힌 것도 의구심을 샀다. 많게는 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빅딜에 2013년 말 기준 자본금이 1조 원이 안 되는 호반건설이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가 오가는 것도 사실이다. 비록 시공능력순위에서는 호반건설이 15위로, 20위인 금호산업보다 앞서 있지만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쥐고 있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지배하는 데 핵심적인 회사다.
왼쪽부터 박삼구 회장, 김상열 회장.
재계 순위 20위권에 드는 대기업들이 박삼구 회장에 대한 도의상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해지는 상황에서 같은 지역 출신 김 회장이 박 회장이 기필코 인수하겠다는 금호산업을 탐내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재계 고위 인사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김상열 회장이 박삼구 회장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사이즈가 되지는 않는 듯하다”며 “이 때문에 호반건설이 박삼구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했고 현재 실사 중이라는 것 외에 특별한 사항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 등 대기업이 모두 빠지고 사모펀드들만 인수 의향을 밝히면서 자칫 맥이 빠질 수 있는 M&A(인수·합병)판을 호반건설이 참여하면서 거들어주고 인수전 참여를 이유로 지분을 전량 매각함으로써 주가가 하락, 박삼구 회장의 인수 부담을 줄여주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호반건설의 참여로 오히려 금호산업 주가는 폭등했다. 앞서의 재계 고위 인사는 “호반건설 참여가 아니어도 금호산업 주가는 M&A 이슈가 있어서 그 정도 상승은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금호산업을 인수하지 않는다 해도 호반건설은 이미 큰 이득을 봤다는 분석도 있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지분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280억 원가량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자금이 254억 원가량으로 알려져 있으니 불과 몇 개월 만에 주식투자로 원금의 2배 이상을 챙긴 셈이다. 호반건설을 알리는 데도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