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력 훼손 없이 돈마련 ‘믿는 구석’ 있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에게 가장 중요한 지분은 일단 삼성생명이다. 삼성전자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곳이다. 다음은 삼성물산이다. 삼성전자의 2대주주다. 이 두 회사의 이 회장 보유 지분 가액은 약 4조 원. 최대 2조 8000억 원의 세금이 필요하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7조 3500억 원, 65% 세율을 적용하면 4조 8000억 원이다. 5년간 나눠 내면 매년 9600억 원을 납부해야 한다.
그럼 과연 이 돈을 어떻게 만들까.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지분은 모두 그룹 경영권과 직결된다. 그래서 이 부회장의 두 여동생이 배제된다고 가정해본다. 이 부회장 주식자산은 삼성전자 지분 84만여 주 1조 2388억 원, 삼성SDS 지분 870만 주 2조 4111억 원, 제일모직 지분 3137만 주 등 8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즉 이 부회장은 지금 자산을 다 팔면 이 회장이 가진 모든 주식 자산을 100% 물려받고도 남는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 증권가의 한 지배구조 전문가의 분석이다.
“5조 원 상당의 제일모직 지분 23.24%는 그룹 경영권의 핵심이어서 건드리지 못한다. 다음 대까지 삼성그룹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배력을 높여야 하는데, 삼성전자 지분을 얻기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파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 삼성SDS 지분은 향후 삼성전자 지분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삼성SDS는 이 부회장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주가가 급락해 기대했던 만큼의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담보대출 등의 방법으로 주식자산을 활용해 현금을 차용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우량 주식의 경우 시장가의 최대 70%까지 담보가치를 인정받는다. 다만 차입할 경우 이자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이 때문에 납부부담을 분산하기 위해 연부연납, 즉 세금을 최대 5년에 걸쳐 나눠 내는 제도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이 주식 외에 다른 자산을 보유했을 수도 있다. 그동안의 배당과 근로소득에다 사전에 증여받은 자산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권의 한 프라이빗뱅커는 “부자들은 사전증여 제도를 많이 활용한다. 상속대비 절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험 등을 통해 최소한의 세금 부담으로 거액을 물려주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증여세는 증여받는 가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하는 데 반해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남긴 상속 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상속세나 증여세는 누진세이기 때문에 재산가액이 클수록 세금은 커진다. 예를 들어 40억 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재산 전체를 상속한다면 50%의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이를 네 명의 자녀에게 증여한다면 30%의 증여세만 부담하면 된다.
만약 피상속인이 사전증여를 한 후 10년 내 사망했다면 증여 재산은 상속 재산에 포함해 세금을 책정하게 된다. 이후 사전증여에 대해 납부한 증여세를 차감해 주는 방식이다. 이 경우 증여가액은 상속 시점이 아니라 증여 시점이 기준이다. 예를 들어 아무개 씨의 사망 당시 10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의 가치가 증여 시점에는 5억 원이었다면, 상속세 역시 5억 원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다른 증시 관계자는 “삼성가는 100년 가까이 대한민국 간판 부자였던 곳이다. 드러난 주식자산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일 수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한 현금 및 부동산 자산도 엄청난 규모일 수 있다”며 “지난 10년여 동안 이 회장이 받은 배당금은 원금만 5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잘 굴렸다면 조 단위로 불어났을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자산을 상당부분 사전 증여했다면 이 부회장의 조 단위 현금자산을 보유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관측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