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시큰둥’
유진투자증권 신동수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인하가 국내경기의 추가악화를 방어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강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반등했지만 주요국의 금융완화 기조도 변함이 없어, 수출경쟁력 저하 우려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내수부양 효과도 크지 않고, 추가적인 원화약세를 이끌어 수출경쟁력을 올리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33개월 동안 원화는 엔화 대비 무려 63% 절상됐다. 0.25% 정도의 금리 인하로는 부족해 보인다.
다수의 연구원들은 이 때문에 5~6월 중 추가적인 금리인하 조치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이번에 내린 금리가 실물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한 만큼 당장 4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 총재는 “지금 상태가 오래가면 성장 잠재력 저하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한은 총재는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사실상 중앙은행도 디플레이션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기부양을 간절히 원하는 정부를 도운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제 당분간 시장의 관심은 기업들로 향할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도 재정 조기집행에 나선데 이어 한은의 금리인하까지 이끌어낸 만큼 기업들에게 임금인상을 통한 내수부양 압박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들이 임금인상 움직임을 보인다면 미미했던 금리인하 효과가 힘을 받으며 내수주를 중심으로 증시가 자극받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아베 내각이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치면서 기업들에게 임금인상을 주문했다. 그 결과 일본 최대 제조업체인 도요타가 최근 노조 측에 사상 최대 폭의 임금인상을 제안했고 덕분에 일본 증시도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