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눈길잡는 ‘엔딩’ 스토리

드라마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붙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까지 시청자들의 시선을 고정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드라마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MBC <현정아 사랑해>, SBS <야인시대>, KBS <제국의 아침> 등은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등장하는 독특한 엔딩 장면 때문에 채널을 고정할 수밖에 없게 한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드라마는 MBC <현정아 사랑해>. 재벌 3세와 평범한 여성의 만남이란, 얼핏 상투적인 소재를 발랄하고 건강한 이야기로 만들어 일부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아버지 김 회장이 고용한 보디가드에게 양팔을 잡혀 옴짝달싹 못하게 된 범수. 낭패스러운 그의 표정과 더불어 회오리 표시가 말풍선과 함께 튀어나온다.

	▲ <현정아 사랑해>의 엔딩 장면들. 제작진은 이 런 톡톡 튀는 장면을 만드느라 늘 고심한다고.

만화에서나 나옴직한 장면이다. 이 기발한 엔딩장면은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편집 기술에서 나온 것. <현정아 사랑해>에서 편집을 맡은 황금봉 기사의 작품이다. 1회에서 범수가 흘리는 코피신은 연출부의 아이디어로, 이런 장면을 넣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효과적이 될까 그에게 의향을 물어온 것을 응용해 만들었다. 이후 그날 방송분 중 어느 장면을 기발하게 연출하는지는 전적으로 그의 몫이 됐다.

<현정아 사랑해>처럼 튀진 않지만 SBS <야인시대>도 강한 인상을 주는 엔딩으로 마무리한다. 맞수인 두 사람의 얼굴을 카메라가 빠르게 왔다갔다하다가 클로즈업하여 매우 박진감 느껴지는 엔딩이다.

얼굴을 클로즈업시키며 엔딩을 장식하기로는 <야인시대>의 전작 <여인천하>가 먼저다. 매회 강수연의 독기 품은 표정을 최대한 클로즈업시키면서 끝나 엔딩장면 하나만으로도 이미 화제가 됐던 것이다.

사실 이 클로즈업하는 엔딩장면은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의 연기력을 연기자들에게 요구하는 장면이다. 얼굴 전체를 잡는 십여 초 때문에 1분 이상 표정도 자세도 바꿀 수 없는 고된 노동이 된다. 고개는 움직이지 않으면서 눈빛과 표정만으로 연기해야 하므로 베테랑 연기자들도 힘들어한다고.

<제국의 아침>도 위아래 화면을 다른 색으로 처리해 악센트를 주어 대하사극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스펙터클한 극장용 영화의 분위기를 살렸다. 사실 엔딩장면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해서 시청률이 확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드라마를 끝까지 본 시청자에게는 독특한 여운을 느끼게 해 다음 방영분을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김민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