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이들 부부의 공개적인 싸움을 접한 일부 한국 교민들은 첫마디가 “그럴 줄 알았다”였다. 그 근거로써, 조성민이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 선수 시절의 생활과, 이들 부부의 격렬한 싸움을 예로 들었다.
95년 10월, 계약금 1억5천만엔에 연봉 1천2백만엔으로 8년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계약을 맺은 조성민은, 입단 초기에는 성실한 선수생활로 일본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특히 98년에는 7승이라는 성적을 거둬 일본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때만 해도 조성민은 일본여성들 사이에서 팬클럽을 몰고 다닐 정도로 명실공히 인기스타였다.
실제로 98년 필자가 취재를 위해 요미우리 구단 연습장을 찾았을 때, 연습장 주변에는 2백여 명의 일본 여성들이 한글로 쓴 ‘조성민 사랑해요’ `간바레, 조짱’(힘내요, 조군)`이라는 피켓을 들고 서성이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일본언론, 특히 스포츠 신문이나 여성지들은 조성민을 인터뷰하지 못해 난리였다.
일본 국민들 또한 배우 뺨치는 핸섬한 외모와 서글서글한 인상 때문에, 그가 TV에 잠깐 비치기만 해도 환호성을 지르며 “조상이다”라고 외쳤다. 정말이지 이때까지만 해도 조성민은 아주 훌륭한 선수였다. 자기 관리는 물론 선수관리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98년에는 야구계의 톱스타들만이 출전하는 올스타전에도 뽑혔다. 한데 이때부터 조성민의 야구인생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듬해부터 한국 교민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떠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운동에 전념해야 될 조성민이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었다. 물론 만나서 함께 식사하고 술 마시는 것에 불과하지만 소문의 내용은 너무 빈도수가 많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사업을 하는 재일동포나 한국인들이 너도나도 조성민과 만나 식사를 한 뒤 사진을 찍어 자랑스럽게 떠벌이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조성민에 대한 나쁜 소문이라기보다는 진심으로 그를 염려해서 걱정하는 한국인들의 노파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총각 조성민에 대한 소문의 진원지와 그 내용이 바뀌기 시작했다.
당시 파친코를 경영하고 있는 한 재일동포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몇 번 ‘티파니’라는 코리언 클럽에서 조성민과 같은 날 술을 마신 적이 있다고 했다. “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다. 솔직히 말하면 절도 있는 생활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조성민의 경우는 다르다.
그는 일본의 국민적 구단이라고 일컫는 자이언츠 소속 선수다. 더구나 한국인선수로 일본선수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는 조금 과장한다면 술집을 ‘작은집 드나들듯’ 한다. 이 말은 ‘아가씨’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물론 조성민이 들으면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말이 떠돈다는 것은 뭔가 그런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 아닌가.
우리 재일동포들 사이에서도 조성민의 얘기가 많이 나온다. 대개 부정적인 내용뿐이다. 그래서 우리들이 한 얘기는 ‘조성민이 국내에서 활동할 때 그의 부친이 아들에 대해서 관리를 대단히 잘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차라리 그 분이 일본에서 한 1년만이라도 선수관리를 해주면 조성민이 엇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말들을 많이 했다. 왜냐하면 조성민을 돕고 있는 주변 인물들이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그 재일동포는 자신이 목격했고, 또 당사자인 여성으로부터 들었다는 더 심한 얘기도 했다(그렇지만 지극히 사적인 일이기 때문에 이 지면에서는 밝히지 않는다). 비단 이 재일동포뿐만이 아니었다. 이와 비슷한 염려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항간에는 조성민이 팔꿈치 부상을 당한 후 경기 출전을 할 수 없게 되자, 남는 시간을 코리언 클럽에서 보내고 있다는 말까지 들렸다.
그러다 보니 조성민에 대해서는 한국교민들 사이에서 여론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과거의 인기나 명성 같은 것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 전의 일처럼 느껴질 정도로 소문의 내용은 나빴다. 실제로 필자는 이 같은 소문의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아카사카 클럽에서 일하는 한국여성들을 여럿 만나 확인취재를 했다.
그녀들의 말은 모두 대동소이했다. 소문처럼 그렇게 빈번하게 드나 든 것은 아니었지만 비즈니스맨이나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확실히 드나든 횟수는 많았다. 그녀들 세계에서도 조성민에 대한 말들이 많다고 했다. 비록 유흥업소에서 호스티스로 일하고 있는 처지지만 조성민이 참으로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를 관리하고 있는 일부 주변인사까지 싸잡아 사정없이 비판했다. 피나는 연습을 해도 모자랄 판국에 유흥업소에서 자주 시간을 죽이는 것은 자신들이 보기에도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소문을 확인이라도 해주듯 조성민의 야구 성적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당연히 2군으로 강등당했다.
물론 부상으로 인한 수술로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재활운동을 한 뒤 그라운드에 복귀해도 얼마 안 있어 또다시 부상 부위가 도져 1군에 오르는 것은 요원한 듯 보였다. 그러는 사이에도 여자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사귀는 애인이 있다’ 혹은 ‘최진실과 비밀 데이트를 하고 있다’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소문들이 나돌았다.
▲ 요미우리 활동 당시의 조성민. | ||
그런 와중에 지난 2000년 조성민이 최진실과 결혼을 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당연히 교민사회가 들썩했다. 아무리 유명인이라 해도 지극히 정상적인 미혼남녀의 결혼 발표에는 축하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일진대, 이들 커플에 대한 한국교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아니, 조성민이 제정신으로 그러는 거야. 지금이 어느 때인데. 1군으로 올라가서 해도 늦지 않을 텐데” “야구 그만두고 싶은 거 아냐? “ “그런 상태니까 제대로 몸 관리도 못하고 부상당하고 그러지.” 이렇게 말하는 한국교민들에게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마침 그때 조성민이 2군과 1군을 오락가락하고 있었던 시점이었다. 그래서 모두들 조성민을 응원하며 1군에 컴백하기를 간절하게 빌었다. 그런 차제에 느닷없이 유명 탤런트와 결혼을 한다고 발표를 했으니 모두들 놀랄 수밖에.
이 같은 반응은 비단 한국인들뿐만이 아니었다. 조성민을 아끼는 일본 스포츠지 기자들도 한마디씩 했다. 어떤 기자는 혹시 최진실이 속도위반으로 임신을 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열애 운운해가며 결혼발표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일본 남자들은 사귀는 여자가 임신을 하면 좋든 싫든 거의 모두 결혼을 서두른다. 책임을 지기 위해서다. 바로 이런 일본인들의 경우를 빗대서 일본기자가 물어 본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설명을 해주자 그는 대뜸 “아니, 서른둘이나 먹은 톱스타라면서 운동선수의 진자리 마른자리 하나도 구분 못하느냐”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말했다. “일본엔 일류 선수들이 많다. 과거 한국에서 제아무리 최고의 실력을 자랑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한국에서의 이야기다. 더구나 일본에서는 실력 면에서 일본 선수들이나 스카우트돼서 온 외국선수들을 능가할 최고 선수가 되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조성민은 입단 초기에는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졌는데 좀 실망스럽다.”
항간에는 조성민이 최진실과 결혼한 후 야구를 그만둔 뒤 연예계로 진출할 것이라는 말과, 조성민의 유흥비에 대한 소문이 떠돌았다. 문제는 이들이 결혼하고 나서도 소문들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조성민의 총각시절 소문의 진원지였던 아카사카에서 제일 먼저 퍼져 나왔다.
애시당초 최진실은 조성민과 결혼하면 연기 생활을 줄이고 조성민이 1군에 올라 올 수 있도록 내조를 하겠다고 언론을 상대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일본에 올 때마다 구단의 운동장에 나타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녀가 한국교민사회에 나타나 양산해 낸 것은 이들의 부부싸움이었다.
지난해인가 어느 스포츠신문에서 이들 부부 싸움을 보도한 적이 있었다. 이를 두고 최진실은 악랄한 음해라며 법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솔직히 그때 일부 한국교민들은 코웃음을 쳤다. 왜냐하면 그 싸움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당시에도,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위해 그 현장에 있었던 ‘티파니’라는 한국 스낵의 종업원(유학생 아르바이트), 그리고 목격자에게 직접 확인했다.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때 최진실씨가 좀 술을 과하게 마셨어요. 그런데 최진실씨가 조성민씨의 머리를 자꾸만 툭툭 치면서 ‘야야’ 하더라구요. 순간 조씨의 표정이 일그러졌어요. 그리고는 사람들 눈이 있으니까 극구 말렸구요. 그러자 최씨가 욕을 하면서 더했어요. 옆에는 정민태씨가 있었구요. 그날 홀 안에 있던 손님들이 모두 그 모습을 지켜봤어요.
왜냐하면 그때 조성민씨는 매우 창피한 듯 분을 삭히는 모습이 역력했으니까요. 결국 한참동안 최씨의 행동을 말리다 참다 못한 조씨가 갑자기 최씨를 밖으로 끌고 나가서는 택시에 올라타기도 전에 닥치는 대로 뺨을 여러 차례 때렸지요. 그후 아카사카에서는 최씨의 팔이 빠졌느니 집에 가서 또 엄청 맞았느니 하는 말들이 많았는데, 제가 확실하게 본 것은 최씨의 술 주정을 참다 못한 조씨가 뺨을 여러 대 때린 것말고는 그후의 일은 알지 못해요.”
또 다른 목격자는 화가 난 조성민이 술 취한 최진실을 난폭하게 끌고 나가서는 사정없이 뺨을 후려쳤다고 말했다. 조성민이 얼마나 화가 났던지 말릴 시간,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두 사람을 둘러싼 일본에서의 소문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목격자들로부터 직접 확인하지 않은 소문이기에 구체적으로 쓸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들 부부처럼 한국교민 사회에 불미스런 소문이 끊이지 않은 부부도 드물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