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은 대주주인 성완종 회장이 지난 17일 채권금융회사협의회와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에 경영권 및 지분포기 각서를 제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어 회사 경영진도 일괄 사퇴서를 냈다.
‘경남아너스빌’ 아파트브랜드로 유명한 시공순위 24위 경남기업은 지난해 2000억 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 누적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져 주식매매 거래가 정지돼는 등 3월 말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성완종 회장은 회사에 대한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자신과 서산장학재단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19.6%(701만 6720주)의 경남기업 지분 처분권을 채권단에 일임했다. 성 회장은 이날 “회사 경영 상황에 무한책임을 지겠다”며 추가 출자전환 1000억 원, 신규 자금 1000억 원 지원을 채권단에 요청했다. 채권단은 20일 회의를 열어 경남기업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러한 경영난 속에서 검찰의 수사망도 경남기업을 향해 좁혀지고 있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경남기업이 해외 자원개발 사업 당시 받은 성공불융자금의 지급 경위와 용처 등을 수사 중에 있다. 특히 경남기업이 러시아 자원개발사업을 위해 개설한 현지 계좌로 한국석유공사가 송금한 성공불융자금의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성공불융자 제도는 정부가 해외 자원개발 등 투자 위험이 높은 사업을 하는 기업에게 제공하는 저리 융자 제도다. 실패할 경우 융자금을 면제하고, 성공할 경우 특별부담금을 더 얹어 갚게 돼 있다.
경남기업은 지난 2000년대 중반 러시아 캄차카 석유탐사 사업 등 해외 자원개발 투자를 명목으로 석유공사로부터 총 350억 원대의 성공불융자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경남기업 측이 이 돈을 해외 자원개발에 모두 쓰지 않고 100억 원 안팎을 빼돌려 회사 운영자금 등으로 유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을 포함해 지금까지 지급한 성공불융자 자료 전체를 한국석유공사에서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경남기업에 이어 상황에 따라 성공불융자를 받은 다른 기업이 추가 수사 선상에 오를 수도 있다.
한편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원회에도 참여한 성완종 회장은 지난 2012년 서산태안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나, 지난해 6월 선거법 위반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