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U법 검경 국세청 등 7개 기관만 해당 금융정보 이용 가능, 국정원 제외
- 국정원, FIU 정보 접근 불가능해 테러, 간첩, 마약밀매 수사 막대한 차질
- 미국 영국 등 해외정보기관의 FIU 정보 활용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추세
사진= 1월 29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유관기관 합동 대테러 종합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국내에 암약하고 있는 간첩이나, 테러조직, 마약밀매 사범 등을 효율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금융정보분석원(FIU)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FIU(Financial Intelligence Unit)는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2001년 9월에 제정된 특정금융정보법(FIU법)은 자금 세탁이나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규제, 범죄행위 예방과 투명한 금융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필요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FIU법에 따르면 검찰 경찰 국민안전처 국세청 관세청 선관위 금융위 등 7개 기관만이 해당 금융정보를 이용할 수 있고, 국내 유일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국정원)은 제외돼 있다.
이에 금융 거래의 목적과 실제 거래 당사자를 파악할 수 있는 금융정보분석원 정보를 국정원에도 제공할 수 있도록 FIU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지난 8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FIU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박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은 검찰, 경찰, 국민안전처, 국세청, 관세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7곳으로 한정된 FIU 정보 제공 기관에 국정원도 포함하도록 했다. 또 내용상으로도 FIU 정보를 제공하는 중대 범죄의 범주에 형법상 ‘내란 및 외환의 죄’, 군사기밀 불법 거래, 대테러·방첩 관련 정보 업무도 포함시켰다.
그동안 국정원은 FIU 정보에 접근이 불가능해 테러, 간첩, 마약밀매 수사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경찰 등 공안 당국 역시 테러와 스파이 관련 수사에서 FIU 정보를 활용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국정원은 테러의 무풍지대로 통했던 동아시아에서도 이슬람국가(IS) 동조자 또는 조직원의 암약 가능성이 제기되고 우리나라 고교생이 IS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된 상황에서 주요 국가 중 우리 정보기관만 FIU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 테러 자금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에 박 의원은 “IS를 비롯한 세계적 테러 위협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고 북한의 도발 위협도 항상 잠재된 만큼 FIU 정보 제공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안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국제테러 대응 공조를 위한 핵심 권고사항으로, 국회를 통과하면 국제 테러방지 협력에 소극적 국가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외국 정보기관과 정보공유 협력 체계를 갖춘 국정원이 FIU 자료 이용 대상에 포함되면 주요국 금융 정보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는 ‘정치적 악용’을 우려해 FIU법 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정원이 자체 개혁없이 권한만 확대될 경우 과거 악습을 되풀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FIU 정보가 아니더라도 중요한 사안에 대해 영장을 발부받아 금융거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요청자료 목록의 데이터베이스화와 정기적인 국회제출, 정치인 등 특정집단 관련 금융거래 정보 제공 불가 등 제도적 장치로 통제가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그렇다면 해외 정보기관의 사례는 어떨까.
결론적으로 해외 정보기관의 FIU 정보 활용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중국(국가안전부), 호주(보안정보부), 불가리아(국가안보청)의 정보기관은 금융정보 분석기관의 정보를 수시로 열람하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정보가 연방수사국(FBI)에 완전히 개방돼 있고,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등에서는 개별적으로 정보를 요구해 받아볼 수 있다.
영국을 비롯한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벨기에, 브라질, 멕시코, 헝가리, 체코, 싱가포르, 태국, UAE(아랍에미리트연합), 남아공, 콜롬비아, 페루 등도 미국과 사정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은 지난 9.11 테러 이후 FATF가 테러자금 차단을 FIU 주요 임무로 설정한 애국법(2001.10월)을 제정해 정보기관의 FIU 정보 공유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같은 정보기관인 CIA, FBI 등 해외정보기관으로부터 국제범죄와 테러자금 조달 등과 관련된 금융계좌 정보를 지원받는 등 국제공조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정보기관은 FIU 정보 접근이 차단돼 있어 국내 연계 대상자 추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엄청난 국부 유출 사건 및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대형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FIU법 개정 등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국정원이 FIU 정보를 공유하게 될 경우 국내 대테러 사건이나 국가보안법 관련 범죄수사 및 대공 사건 등은 물론 전 세계 각국 FIU가 보유 중인 금융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의 외화벌이 조직 등 위장업체의 자금흐름을 파악하는 등 대북정보 역량 및 국가방첩망 강화, 테러자금 차단에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