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사고 쳐놓고 이제 와 부르냐”…박찬대 “2일 본회의에 상정 예정”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 의장이 이날 오전 여야 원내대표에게 내년도 예산안 관련 만찬 회동을 제안했으나 여당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원내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찬은 안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민주당 마음대로 사고를 쳐놓고 이제 와서 부르는 게 말이 되나. 만나서 이야기하고 협상하는 건 괜찮지만 식사까지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만찬 대신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지시에 따른 날치기 통과로 헌정사상 유래없는 막가파식 행패”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난 재해 대비 예산, 민생 치안 예산 등을 무차별 삭감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예산 심사권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정부·여당을 겁박하는 예산 폭거이자 의회 폭력”이라며 “거대 야당 민주당의 선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예산안에 대한 그 어떤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우 의장의 식사 제안은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으로서도 야당의 요구만 반영된 감액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 등 야당은 11월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다. 정부 원안에서 4조 1000억 원을 삭감한 677조 4000억 원 규모다.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특수활동비 82억 5100만 원, 검찰 특정업무경비 506억 9100만 원, 감사원 특경비 및 특활비 60억 원 등이 삭감됐다. 예결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러나 여당이 우 의장의 만찬 제안을 거절하면서 당장 내일로 다가온 본회의에는 여야합의없이 통과된 예산안이 올라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계획대로 2일 열리는 본회의에 감액 예산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며 “2일 본회의에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초부자감세 저지와 권력기관 특활비 등의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는 대원칙 아래 심사를 이어왔지만, 여당과 합의가 불발되고 기재부가 증액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감액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이날 오전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정말로 진지한 협상이 가능하다면 길이 없겠나”며 “정부가 수정안을 내면 이후 저희와 협의하면 된다”고 여야 간 협의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남은 변수는 여야 지도부의 협상 혹은 우 의장의 본회의 상정 여부다. 우 의장이 본회의 상정을 거부할 시 협상은 정기 국회 마지막 날인 10일까지 연장될 수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