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에선 영 안서고 청과는 안 통하고
그러나 김 총장의 발언을 놓고 사정에 힘을 실어주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날 박 대통령은 여야 대표와 회담하는 자리에서 “이번에야말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며 “우리 사회 각 부문에 켜켜이 쌓여온 고질적인 부정부패에 대해서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제 막 수사를 시작했는데 벌써 빨리 끝내라고 하면 일선에선 수사 방해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며 “특히 대통령이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밝힌 날 김 총장의 발언이 공개됐기에 청와대 쪽에서 오해할 여지가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있을 당시 김 총장은 김 전 실장을 통해 청와대와 어느 정도 교감을 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이 청와대를 나온 이후에는 사실상 청와대와의 소통 채널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경우 관례적으로 그래왔던 것처럼 주로 김수남 대검 차장과 직접 얘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지난 2월 검찰 인사를 김 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데 대해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며 “그래서인지 김 총장의 짜증이 요즘 부쩍 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김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