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은 가장 오래된 직업인 것 같다. 성서 속 라합도 성을 파는 여자였다. 매춘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했다. 부자들은 지금도 첩을 두는 수가 있다. 은밀한 곳에 집을 마련하고 주기적으로 드나든다. 법에도 걸릴 염려가 없다.
재벌 회장과 첩 사이에 일어난 소송을 맡은 적이 있다. 법정에서 회장은 “그 여자는 단순한 섹스의 도구에 불과했다”고 말하는 걸 듣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이름이 났던 그 회장의 일대기에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다고 쓰고 있었다.
고급 관료나 유명 연예인들은 은밀한 곳에서 자기들만의 섹스파티를 즐기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연예인을 선망하는 철없는 여대생이 은밀한 파티에서 성에 굶주린 인기인에게 당했다. 그게 알려지려고 하자 엄청난 힘의 진화작업이 시작됐다. 기획사 쪽에서 수사기관과 증인을 매수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연예인으로 하여금 악어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이상했다. 광신도인 팬들은 연예인을 위로하면서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모습이었다.
돈과 대중의 인기는 허위를 진실로 만드는 힘이 있었다. 반면에 주변머리 없거나 지능이 부족한 사람들은 망신을 당하거나 충동적인 범죄에 빠져들기도 한다. 검사장이 밤에 몰래 거리로 나아가 성기를 내놓고 변태적인 행위를 했다가 죽음보다 더한 망신을 당했다.
젊은 성직자가 밤이면 정체불명의 강간범이 되어 거리를 배회하는 것도 봤다. 강한 리비도는 도덕은 물론이고 법률보다 훨씬 강했다. 성매매 단속에 앞장섰던 김강자 전 서울 종암경찰서장이 현장을 체험하면서 다른 의견을 갖게 된 것 같다. 단속을 할수록 성매매가 없어지지 않고 더욱 음성화 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하는 함정단속이나 막무가내 식 단속이 과연 먹고 살기 위해서 직업적 윤락여성으로 나선 이들에게 타당한 것인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의 판사가 성매매를 한 직업여성을 처벌하는 그 법이 과연 타당한지 헌법재판소에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 사회는 즉흥적 여론과 명분에 휘둘려 가볍게 법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명분과 여론 앞에서 정치는 한 술 더 떠서 본질을 외면하거나 헌법에 위반된 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 법에 대한 집행에도 지혜가 없는 수가 많았다.
청교도 같은 사회적 순결만을 내세우는 건 총체적 위선일 수도 있다. 성서 속의 위대한 인물인 다윗은 부하의 아내를 겁탈했다.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부하까지 교활하게 죽였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성범죄가 넘치는 현실을 볼 때 사회의 한 구석에 눈에 띄지 않게 배설물 처리시설을 만들어 놓는 지혜도 필요하다. 음욕의 오물들이 그곳을 통해 빠져 나가야 세상이 깨끗할 수도 있다.
엄상익 변호사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