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에 추월 허용 ‘강남 쏘나타’ 대굴욕
BMW 대표모델 ‘520d’. ‘강남 쏘나타’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성공한 고졸 출신 기업인 사례를 들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김효준 대표다. 그는 지난 1975년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바로 삼보증권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증권맨으로 경험을 쌓다가 보충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후인 1979년에는 외국계 화재보험사인 하트포드로 자리를 옮겼다. 김 대표는 1986년 미국 제약회사인 신텍스가 한국 법인 설립을 위해 초기 멤버를 모집할 때 입사해 승승장구, 1994년 대표이사 부사장자리까지 오른다.
하지만 곧 신텍스 본사가 타 회사와 합병되면서 자리를 잃은 김 대표는 1995년 BMW코리아로 이직하게 된다. 김 대표는 BMW 내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1995년 상무이사로 시작해 1999년 부사장, 2000년 9월에는 대표이사 사장까지 맡은 것. 지난 2003년 김 대표는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BMW의 본사 임원에까지 선임되기에 이른다.
김효준 대표
벤츠는 지난 1월과 2월 연속으로 수입차 판매대수 1위를 차지했다. BMW 이외의 브랜드가 두 달 연속 수입차 판매 1위를 지켜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벤츠 관계자는 “BMW가 계속 1위였고 누적으로도 1위다. 벤츠는 월 판매 1위를 몇 번했을 뿐”이라며 “벤츠의 목표는 판매 1위가 아니고 고객만족이기 때문에 판매 경쟁을 하지 않아서 특별한 의미 없다. 아직 한 해가 많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판매순위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라이벌인 BMW를 두고 1위를 한 벤츠가 오히려 손사래 치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BMW가 얼마나 시장을 주도해왔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올 들어 1위를 빼앗긴 했지만 사실 BMW의 하락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같은 하락세의 원인으로 BMW를 이끌어온 김 대표의 책임론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판매량이 저조해졌기 때문인지 BMW의 정책 전반에서 무리수 묻어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BMW 한국법인은 가격경쟁력으로만 볼 때 흔히 ‘독일차 3사’로 분류하는 BMW, 벤츠, 아우디 중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과거 독일차 3사는 독일에서 차를 가져올 때 모두 유로화 결제를 해왔다. 그러다 지난 2004년 벤츠를 시작으로 원화 결제로 바꿨고 아우디도 벤츠를 따라갔다. BMW만 유로화 결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법인은 유로화 결제시 유로화 가치가 높아지면 손해를 보지만 유로화가 낮아지면 이익을 볼 수 있다. 한때 지나치게 높은 유로화 가치 탓에 수입차들이 크게 힘들어져 벤츠와 아우디는 환율 차익 가능성을 포기하고 원화 결제로 바꾼 것이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 25일 원-유로 환율은 1유로에 1491원이었던 것이 1년이 지난 3월 16일 1191원까지 떨어져 약 20% 낮아졌다. 최근 원-유로 환율은 5년 내 최저점을 기록 중이다. BMW가 환율 차익으로만 발생하는 가격 경쟁력이 10~20%에 달하는 셈이다. 이 환율차익으로 BMW는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치고 있는 벤츠와 아우디를 상대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런데 BMW는 이 같은 환율 차익을 반영해 정가를 낮추기보다는 정가는 그대로 둔 채 할인폭을 높이거나 몇몇 기업의 임직원들에게만 특별가로 제공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자동차 동호회에서는 BMW의 SK그룹 임직원 특판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할인 폭이 최대 20%에 이르는 파격적인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BMW 관계자는 “SK에 특판으로 내놓은 물량은 50대밖에 안 된다. 판매량 제고를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BMW가 상시 할인이 잦다는 건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서 제기된 문제”라면서 “안 그래도 정가는 높게 책정하고 할인 폭은 제멋대로이면서 고객을 골라서 팔기까지 하니 정가로 사는 소비자만 바보 되는 셈이어서 수입차 시장에도 ‘단통법’이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일부 고객에게만 싸게 파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정가보다 크게 할인해서 판매한 제품은 중고차 시세에도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고객 충성도나 브랜드 이미지처럼 수입차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도 연쇄적으로 손상이 갈 수 있다. 떨어진 중고차 시세로 인해 기존 BMW 차를 보유한 고객은 손해 봤다고 느끼게 되고 수입차를 구매하려는 잠재 고객은 떨어진 중고차 시세를 참고해 구매를 보류하게 될 수도 있다.
한국법인의 판매정책보다는 BMW 차 자체에서 문제점을 찾는 시선도 있다. BMW 성장의 주역인 520d가 오히려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520d가 너무 많이 팔린 것이 오히려 BMW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길거리에 520d가 흔하게 보이다보니 520d로 대표되는 BMW 브랜드 전체가 수입차를 사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차별화 니즈를 만족시켜주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쟁사인 벤츠는 지난해까지 거의 대부분의 모델이 페이스 리프트(외관 변화)를 마치면서 젊고 역동적인 디자인을 통해 호평을 받았지만 BMW는 아직도 지나치게 밋밋한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효준 대표가 BMW를 경영한 지 10년이 넘었고 판매도 저조해지면서 김 대표의 전성시대도 다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의 전문가는 “김 대표가 대단할 정도로 오래하긴 했다”면서 “만약 지속적인 판매 하락세를 막지 못한다면 그 대단한 김 대표의 자리도 위태로울 수 있다”고 관측했다.
BMW 관계자는 “1, 2월에는 물량 수급이 어려워 등록 대수가 낮아진 측면이 있다. 10년 동안 1위를 해오다 한두 달 2위나 3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판매량 회복은) 기업에서도 최소한 분기단위로 보는 만큼 1분기가 지날 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독일차 ‘바겐세일’ 뒷말 무성 까닭 ‘유로6’ 무서워 떨이? 오해야, 오해~ 최근 독일차들이 ‘바겐세일’ 중이다. 지난 1월 아우디는 대대적인 할인 공세로 자사의 대표 모델인 아우디 ‘A6 35 TDI’를 수입차 모델별 판매량 1위에 등극시켰다. BMW도 이에 질세라 할인 정책과 함께 삼성과 SK 임직원들에 한정된 특판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우디 A6. 항간에서는 이 같은 할인 정책이 ‘유로6’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유로6는 일종의 규제로 기존보다 배출가스를 30∼50% 추가 감축해야 하는 ‘유럽연합 자동차 유해가스 배출기준’이다. 유로6는 국내에서도 올해 초부터 상용차에 적용됐고, 승용차의 경우 오는 9월부터 도입된다. 이 규제로 인해 차 값이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측되며, 도저히 이 기준에 맞추지 못할 경우 단종되는 모델도 나올 전망이다. 새롭게 유로6가 적용되면 그 이전 기준인 ‘유로5’ 수준으로 만들어진 모델은 판매 자체를 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유로6가 적용되지 않은 국내에 유럽에서 팔 수 없는 유로5 모델을 유로6 규제가 적용되기 전까지 ‘떨이’ 판매에 나서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BMW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며 “현재 국내에서 파는 차종은 모두 유로6 적용 모델”이라고 해명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