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빈)에서 26일 열린 김형식 의원과 팽 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팽 씨는 “형식이가 송 씨로부터 부탁받은 일이 있는데 해결할 수 없으니 그를 죽여 달라고 했다”며 “처음에는 송 씨가 가지고 있는 차용증을 빼앗아오라고 했다가 이후 그냥 무조건 죽이라고 했다. 나중에는 도끼로 때려야 하니 운동도 열심히 하고, 죽인 뒤 토막까지 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팽 씨는 “지난 2012년 형식이가 처음 그런 이야기했을 때는 농담인 줄 알았지만 계속해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며 “살인을 하지 않을 거면 빌려간 돈을 갚으라고 압박해 자포자기 심정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토로했다.
또한 팽 씨는 김 의원에게 경찰에 잡히면 자살할 테니 가족의 생계를 보살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목숨을 담보로 범행을 저지를 만큼 김 의원이 두려운 존재였느냐는 김 의원 변호인 측 질문에 팽 씨는 “믿었던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팽 씨는 “범행 뒤 중국으로 도피했고, 그곳에서 4번이나 자살시도를 했지만 더는 할 수 없었다”며 “형식이에게 전화해 ‘도저히 자살할 수 없으니 방법을 찾아달라’고 하니 형식이가 ‘니가 들어오면 내가 죽는다’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다’”고 말해 김 의원에게 등을 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팽 씨는 살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한편 김 의원은 60대 재력가 송 씨로부터 부동산 용도변경을 위한 로비자금으로 수억 원을 받았다가 일 처리가 지연돼 금품수수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압박을 받자 10년 지기인 팽 씨를 시켜 송 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의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