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발연기’ 굴욕 새누리 청년마케팅 현주소
‘김무성 발연기’ 동영상은 언론의 조명을 받았지만 정작 모바일 정당이 겨냥하는 청년층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작은 사진들은 동영상 캡처.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닌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다. 지난 16일 유튜브와 새누리당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새누리당 정치참여 애플리케이션 명칭공모’ 홍보 동영상은 일명 ‘김무성 발연기’ 동영상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지만 정작 모바일 정당이 겨냥하는 청년층에게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동영상은 바바리코트를 입고 멋지게 등장한 김무성 대표가 한강에서 라면을 먹으며 ‘소통’을 원하는 한 청년에게 다가가 모바일 정당을 알려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대표가 젊은 층들에게 친숙한 연예인 장수원의 ‘발연기’ 유행어를 따라해 ‘김무성 발연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 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책 홍보를 위해 코믹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를 모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동영상은 청년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새누리당 홈페이지와 언론, 김무성 대표의 트위터 등을 통해 홍보했지만 지난 19일까지 4일간 유튜브 조회수 1만 5000건과 네티즌 댓글 9개뿐이었다.
새누리당 청년조직의 한 간부는 해당 동영상에 대해 “공개된 날까지도 동영상을 몰랐고 보고 나서도 뭘 말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며 “홍보 전략의 문제인 것 같다. 동영상도 새누리당 홈페이지에 들어가야 알 수 있는데 평소에 관심이 없는 일반 청년들이 굳이 그것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청년당원들 사이에서도 동영상에 대한 화제보다는 상금이 걸려있기 때문에 공모전에 참여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청년층에 대한 이해 부족도 실패 요인으로 지적됐다. 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보수정당이 진정성 없이 단순히 이벤트성만으로는 청년들을 사로잡긴 힘들다. 정책 없이 단순 홍보만으로는 실패한다”며 “청년을 위해 나온 정책도 없고 김무성 대표의 ‘알바 발언’ 논란에 청년들도 불만이 컸다. 청년층을 잡기 위해서는 정책과 발언 하나하나에도 준비된 자세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새누리당은 모바일 정당을 당규에 넣으면서 모바일 투표 등 모바일 정당 논의를 먼저 시작한 야당의 아젠다를 선점했다는 평을 받았다. ‘크레이지 파티’라는 이름의 모바일 정당은 새누리당이 2012년 이준석 손수조 비상대책위원 영입 등 청년 혁신을 주도했던 만큼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크레이지 파티는 토론회를 인터넷 실시간 방송으로 내보내는 등 청년층 참여를 유도했지만 ‘토론 준비가 미흡했다’는 등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얻지 못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동영상을 통해 당대표가 특단의 결심을 한 것에는 대부분이 공감하면서도 일각에서는 지지층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 보좌관은 “기존 지지층이 연말정산 파문과 담뱃값 인상 등의 정책 추진으로 많이 흔들리고 있다. 지지층을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대구나 부산 같은 텃밭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집토끼를 지키지 못하고 산토끼만 잡으려 하다보면 도리어 둘 다 놓치는 역풍이 불 수 있다. 집토끼가 흔들리기 때문에 혁신을 시도해도 제대로 탄력을 못 받는 것이다. 김 대표의 동영상도 보수층이 봤을 때 반감을 일으킬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의원들 사이에서 ‘더 이상 당의 힘으로는 이기지 못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지역이 그렇다. 당에 기대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모바일 정당을 만든 조동원 전 홍보기획본부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참신한 기획이고 김 대표도 친숙하게 나와 공감대도 형성한 것 같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왔다. 다만 그는 혁신의 진정성 문제에 대해 “여야 불문하고 국회의원 개개인은 국민의 입장을 공감하려 노력한다. 정치 특성상 변화하기에는 무거운 조직이다. 국민들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정당정치 자체가 무겁기 때문에 변화에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
크레이지 파티 주도, 조동원 전 홍보기획본부장 인터뷰 “폭망? 다시 씨 뿌리는 중” 조동원 전 홍보기획본부장은 새누리당의 당명 개정과 상징 색을 바꾸며 지난 총·대선을 성공으로 이끈 주역이다. 광고 카피라이터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자신이 탄생시킨 모바일 정당을 이끌며 경기도 혁신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 ‘폭망’ 비판을 받고 있는 ‘크레이지 파티(크파)’와 혁신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실무추진위원으로 있는 크레이지 파티의 참여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청년 네티즌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가다보면 모바일 정당 개념에서 함정에 빠지는 것 같았다. 참여를 많이 한다 해도 그때뿐인 인기에 좌지우지된다면 의미가 없다. 최근 어린이집 CCTV관련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다. 지난해에는 시행착오를 겪고 지금은 씨 뿌리는 단계다.” ―모바일 정당 등 혁신 의지에 비해 당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진정성이 있어도 정치 특성상 새롭게 바뀌는 변화에 대해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크레이지 파티는 당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나와 국민의 관점에서 추진하면서 개척해가고 있다. 당의 독립적 기구로서 예산 부분이나 지도부 관여 등에서 자유로운 상태다.” ―2012년의 새누리당에 비해 지금은 혁신 동력이 부족한 것 같다. “그때 내가 한 것은 ‘앞으로 이렇게 변하겠다’라는 혁신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 의지가 이젠 국민들에게 실천으로 보여야 한다. 지금은 실천하는 과정인데 이것이 미약하거나 부족하면 결국 국민들 마음이 돌아설 것이다. 직을 내려놨지만 나도 그 약속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이 지금 내가 ‘크파’를 이끄는 이유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