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의 한 일간지가 ‘한류스타’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김희선을 다룬 기사의 제목이다. ‘꽃병의 꽃’이란 아름답기는 하지만 변화와 생동감이 없다는 걸 은근히 비꼬는 가시 돋친 표현. 제목처럼 기사 역시 다분히 냉소적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김희선측도 황당해 하고 있다. 대체 왜 이런 기사가 나오게 된 걸까.
문제의 기사가 실린 신문은 중국 하남성의 성도인 정주에서 발행되고 있는 일간지 <대하보(大河報)>. 이 신문은 지난 3월20일자에서 ‘俄是 “花甁” 俄愼誰?’라는 제목 아래 김희선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俄是 “花甁” 俄愼誰?’를 직역하면 ‘나는 꽃병의 꽃, 누구를 두려워하겠는가?’란 뜻. 제목과 함께 큰 글자로 쓰여진 부제 또한 ‘젊음은 밑천이며 아름다움은 돈’이라는 내용으로 김희선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꼬집고 있다. 즉, 김희선이 미모만으로 최고 인기배우로 군림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희선의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의 대부분은 이와 같은 제목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신문은 “김희선은 배우로서 어떤 역할을 맡아도 표정이나 연기가 다양하지 못하다”며 “중국 고전의상을 입었을 때나 현대물의 드라마에서 연기할 때나 표정이 똑같고 단순하다”고 혹평했다.
이는 김희선의 연기력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기사 행간에는 중국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희선에 대한 다분히 냉소적인 시각이 깔려 있다.
이 신문은 이어 김희선이 중국 내 최대 전자회사인 TCL의 휴대폰 광고에 출연한 일도 언급했다. 김희선이 지난 2001년 촬영한 TCL 휴대폰 광고는 시리즈로 제작돼 현재까지 TV를 통해 중국 전역으로 방영되고 있는 상황.
그런데 국내에도 알려진 바와 같이 당시 김희선측은 TCL과 16억원에 계약을 체결한 후 10억원을 사기 당한 사실이 있다. 김희선의 소속사 두손엔터테인먼트측은 이후 지난해 1월에서야 현지에 보도됐던 김희선 관련 기사를 통해 이를 알아냈으나 이미 상황은 ‘종료’된 후였다.
한국의 톱배우 중 처음으로 중국 내 광고모델 출연 계약을 한 김희선의 이 같은 사기 피해는 이후 국내 배우들이 중국 진출에 더욱 신중을 기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대하보>는 이 사기 사건에 대해서도 피해자인 김희선에게 화살을 돌렸다. 기사는 “김희선이 단순하고 똑똑하지 못해 작년 중국의 TCL의 휴대폰 모델로 출연료 16억원에 계약하고도 6억원밖에 받지 못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덧붙여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때에는 재해 의연금을 1천만원밖에 내지 않았다”며 김희선에 대한 ‘악평’을 더하고 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김희선측은 매우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두손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중국 내에서 보도되는 신문 기사를 챙겨보고 있다”며 “그러나 그런 내용은 미처 전해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희선은 이미 현지 언론에서 잘못 전해진 기사들 때문에 몇 차례 피해를 본 적이 있다. 그런 까닭에 이번 보도에 대해서도 적잖이 신경을 쓰는 눈치다.
이 같은 중국 언론의 보도 행태는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다른 국내 배우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현지에 머물고 있는 한 한국인 사업가는 “중국 내에서 김희선의 인기는 상당하다. 자국 배우를 제치고 (김희선이) 계속 자국 대기업의 모델로 활동하는 것을 의식해 언론에서 의도적으로 흠집내기에 나선 것 같다”고 전했다.
김희선과 광고 계약을 체결한 TCL은 중국 내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에 비견될 정도로 규모가 큰 회사다. TCL측은 다소 비싼 가격으로도 시장판매량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삼성의 휴대폰과 경쟁하기 위해 중국에서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희선을 캐스팅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 모델을 내세워 한국 제품과 시장 경쟁을 할 정도로 중국 내 한류열풍은 뜨겁다. 그러나 그 이면에선 이번 ‘김희선 기사’와 같이 현지 언론의 ‘냉소’도 함께 자라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