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가고 성과는 없고 ‘이럴 때가 아닌데…’
국회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권성동 여당 간사(왼쪽)와 홍영표 야당 간사가 3월 23일 국회에서 에너지 공기업 3사에 대한 청문회 증인 채택을 두고 논쟁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원외교 국정조사는 지난 1월부터 시작돼 2주가량의 활동시한을 앞두고 있다. 여야 합의에 의해 최장 25일까지 연장이 가능해 5월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의원회관이 텅 비어있을 만큼 대부분의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에 올인하는 상황에서 특위 위원들은 6개월 가까이 발이 묶여있는 셈이다.
특위 진행 또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증인채택 파행으로 31일로 약속된 청문회 일정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원외교 청문회 증인으로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그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지식경제부 자원개발정책관 등을 지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포함시켰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새정치연합 당대표와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세균 의원을 증인 명단에 올렸다. 각각 전직 대통령과 중진이 걸려있는 만큼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는 야당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 국정조사특위 위원 보좌관은 “특위를 진행하다 보면 새누리당 의원들 쪽에서 지역구 관리할 시간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공격이 아닌 수비 역할을 해야 하기에 정치적으로 이득도 없는 데다 지역구 관리할 시기에 걸려있으니 더욱 그렇다”면서 “사실 그건 야당도 마찬가지다. 특히 청문회가 시작되면 자원외교 관련 질의도 준비해야해 의원들은 지역 행사에도 가지 못하고 꼼짝없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 이기적인 마음이긴 하지만 내심 청문회가 열리지 않기를 바라는 보좌진들도 꽤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 앞서의 보좌관은 “자원외교 저격수는 노영민 홍영표 의원 정도다. 산업위원회 위원들도 국정감사를 했으니 어느 정도 내용을 알지만 외교위나 미방위 위원은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한다”며 “짧은 시간이기에 제대로 공격할 내용을 찾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제19대 국회에서만 6차례 열렸던 국정조사가 큰 성과 없이 끝난 것도 이번 국정조사에 대한 회의감을 키우고 있다. 3개월간 활동한 국정원개혁특위(2013.12.5.~2014.2.28.)는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총 1억여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지만 결과보고서도 채택하지 못한 채 끝났다. 그보다 앞서 열린 국정원댓글진상조사특위(2013.7.2.~8.23.) 또한 총 11회의 회의를 거쳤지만 큰 성과 없이 끝났다(<일요신문> 1159호 ‘유령위원회 비난 국회 특별위원회의 민낯’ 보도).
국정원댓글진상조사특위 위원이었던 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자원외교 국정조사는 새누리당의 대응 매뉴얼대로 가고 있다. ‘새누리당 간사가 해외에 나가 시간을 끌고, 증인 채택 문제로 싸운다. 청문회가 열리면 증인 선서를 거부하는 등 국정조사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방식’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내년 총선 전에 열리는 만큼 자칫 청문회서 일어나는 실수가 해당 위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의 의원은 “청문회가 열리면 여야가 싸우면서 서로 감정이 격해질 수 있다. 여기서 본인이 언행을 조심하지 않으면 선거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