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당연히 AIIB 설립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중국의 팽창주의를 경계하는 일본도 미국과 뜻을 같이 한다. 그러나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맹방들이 미국에 등을 돌리고 AIIB 가입 의사를 밝혔다. 어쩔 수 없이 미국도 AIIB 설립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미국 재무부의 네이던 시츠 국제담당 차관은 미국은 국제금융체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다자기구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IBRD도 AIIB에 대해 환영의사를 밝혔다. 일본도 머지않아 입장을 바꿀 전망이다. 중국이 AIIB를 필두로 하여 세계 경제에 대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건 시간문제다.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다. AIIB에 가입하여 중국과 경제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을 개설하여 경제협력의 차원을 높였다. AIIB 가입은 경제협력의 차원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건설기술과 경험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시아와 태평양지역 개발도상국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참여하여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찾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진출하여 남북경제 협력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AIIB 가입은 미국과 경제협력의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또 중국 경제에 예속성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미국도 AIIB를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또 AIIB 가입은 중국 경제에 예속보다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AIIB의 적극적인 참여자로 새로운 국제금융질서 형성에 주역의 위상을 차지해야 한다.
이러한 견지에서 AIIB의 지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AIIB 지분은 아시아국가가 75%를 차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점을 활용해 유럽 국가들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에 부총재직 확보 등 경영참가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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