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장관(왼쪽), 홍석현 회장 | ||
그 중 세인들의 이목을 가장 끄는 것은 바로 정동영 통일부장관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다. 몇몇 언론은 현재 통일·외교·안보 분야 수장을 맡고 있는 정 장관이 홍 회장을 적극 추천한 것으로 다뤘고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 회장의 주미대사 임명 배경에 정 장관이 적극 개입했는가와 더불어 향후 전개될 정 장관과 홍 회장의 관계 설정에도 정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005년 새해 정치권을 달굴 수 있는 막강 조합으로 ‘정동영-홍석현’ 투톱을 주목하는 시선이 늘고 있는 것이다.
홍석현 회장이 새 주미대사로 발표되고 나서 여러 언론은 정동영 장관을 주목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홍 회장을 발탁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정 장관의 ‘입김’을 지목한 것이다.
그러나 정 장관측은 이러한 시선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정 장관의 한 측근인사는 “사전에 정 장관이 홍 회장을 추천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청와대에서 이미 결정을 내린 후에 정 장관에게 자문을 구하고 향후 고려를 함께한 것 정도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회장의 주미대사 발탁이 앞으로 정 장관의 행보에 ‘플러스 알파’가 될 것이란 점에서 두 사람의 밀착 관계를 주목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정 장관에게 외교 관련 자문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채수찬 의원은 홍 회장 주미대사 임명에 대해 “미국 여론지도층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정 장관이 주도하는 통일·외교·안보 분야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친 정동영계’ 인사들은 홍 회장의 주미대사 발령에 정 장관의 개입 여부에 대해선 함구하지만 앞으로 정 장관에게 큰 보탬이 될 것이란 기대는 감추지 않고 있다.
통일·외교분야 소식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대 북한·중국 업무와 관련해 정 장관이 큰 의욕을 갖고 열심히 공부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분야에 대해 초보자나 다름없는 정 장관이 외교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로부터 큰 인정을 받지 못한 점도 있다”라며 “기존 외교전문가 집단에 속해있지 않던 홍 회장이 앞으로 정 장관과 좋은 파트너 관계를 맺을 수도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최근 정치권 내 역학구도 역시 정 장관이 홍 회장에게 손을 뻗게끔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보법 폐지론을 둘러싼 여권 내 실용파와 개혁파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보법 폐지 강행에 미온적인 당권파를 향한 개혁파의 비판 강도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당내 당권·실용파의 중심인 정 장관의 차후 대권행보에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실용주의 노선에 부합하는 행보를 취해온 홍 회장에 대한 정 장관측의 기대감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으로 연결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실용파(정동영)와 개혁파(김근태)의 대권 경쟁이 벌어질 테고 정 장관이 여권 내 개혁세력을 자파세력으로 규합하긴에 어렵다. 국보법 폐지 강행에 대한 여론이 결코 좋다고 볼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정 장관측이) 실용주의 성향의 외부인사를 규합해 힘을 키우는 것이 정치권 내 입지 강화는 물론 여론 살피기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 분석했다.
여권 내 정 장관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재야성향 인사들 사이에선 정 장관을 추종하는 세력이 일부러 ‘정 장관이 홍 회장을 천거했다’는 설을 퍼뜨렸다는 추측도 나온다. 열린우리당의 한 재야파 인사는 “정 장관측의 언론계 인맥이 두터운 점을 착안한 일부 추종세력이 ‘정동영-홍석현’관계를 부각시키려 애쓰는 것 아닌가”라 밝히기도 했다. 홍 회장의 주미대사 발령이 정 장관의 향후 행보에 절대적 도움을 끼칠 것이란 분석에 정 장관의 반대세력조차 동의하는 셈이다.
‘정동영-홍석현’ 연합설에는 정 장관측의 친노그룹에 대한 관계설정과도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2주년이었던 지난 12월19일 명계남씨 등이 노사모 회원들과 함께 한 여의도 한 호프집에 정 장관이 ‘깜짝’ 방문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최근 당 안팎에서 정 장관측이 ‘국민참여연대’등 친노그룹에 공을 들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정가에선 ‘친노그룹을 우군화하면 대권 행보에 더없이 좋을 수 없다는 측면에서 정 장관이 애를 쓰는 것’이라 분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홍 회장 주미대사 발탁 이후 ‘친노그룹이 홍 회장을 적극 추천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런 배경 탓에 일부 언론에서는 ‘홍 회장이 차후 대권후보로 성장할 것’이라는 조금은 ‘때이른’ 분석까지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친노그룹은 철저하게 노 대통령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당 외부에 홍 회장 같은 거물이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당내 다수 계보원들을 거느린 잠룡등을 견제할 도구가 되므로 노 대통령에게 나쁘지 않은 일”이라 밝혔다.
노 대통령을 향해 ‘계급장 논쟁’까지 불러일으킨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과 다르게 친노그룹에 친화적으로 다가서려는 정 장관의 행보가 이번 홍 회장에 대한 주미대사 추천설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정동영-홍석현’ 두 사람 관계가 주목을 받다보니 향후 상황에 대한 여러 전망이 등장하고 있다. 차기 대선 과정에서 정 장관이 홍 회장에게 총리직을 미리 제안해 적극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이나 정·부통령제 개헌 이후 ‘정동영 대통령, 홍석현 부통령’ 카드 등장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홍 회장의 〈중앙일보〉나 삼성그룹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정 장관이 적극 손을 뻗어야할 상대임에는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정 장관과 홍 회장의 밀착 가능성을 거론하는 시각에 대해 정 장관의 한 측근은 “꼭 그렇게 볼 근거도 없는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했다. 그러나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수장인 정 장관과 외교전선의 핵심인 주미대사직에 기용된 홍 회장은 앞으로 유기적으로 손발을 맞춰야 할 관계인 탓에 두 사람의 관계는 계속해서 정가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