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흘리개 소녀까지 소처럼 팔려나간다
2014년 9월 13일(현지시간) IS의 침공을 피해 이라크 신자르 지역을 탈출한 예지디족 소녀들이 도후에 차려진 난민촌에서 음식을 받고 있다. 작은 사진은 노예로 끌려가는 예지디족 여성들. 로이터/뉴시스
“우리는 그들의 전리품이었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한 피레다(19)는 아직도 그때의 악몽을 떠올리면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무장한 IS 요원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던 소녀는 4개월 동안 성노예로 혹사당하면서 온갖 고초를 겪었다.
처음 소녀가 끌려갔던 곳은 라카에 위치한 커다란 집이었다. 이곳은 IS가 노예들을 사고파는 곳으로 이용하고 있던 일종의 ‘노예 시장’이었다. IS 요원들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씩 여자를 사러 이곳을 찾아왔으며, 그때마다 소녀들은 턱을 높이 치켜든 채 곧추선 자세로 일렬로 서있어야 했다. 남자들은 소녀들에게 입을 열어보라고 한 후 늘 치아 상태를 점검하곤 했다. 실제 소녀들의 나이를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어떤 남자들은 자기 자신을 위한 노예를 사러 왔는가 하면, 또 어떤 남자들은 윗사람의 심부름으로 오기도 했다. 그리고 또 어떤 남자들은 친구의 ‘선물’을 사기 위해 찾아오기도 했다.
피레다는 몸집이 큰 리비아 출신의 사내에게 팔려갔다. 집에 도착한 후 피레다는 욕실로 달려가 유리잔을 깨뜨린 후 유리 파편으로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응급실로 실려 갔던 피레다는 목숨을 건졌으며, 5일 후 감옥에 수감됐다. 반항하는 예지디족 여성들을 수감하던 이 감옥에서 피레다는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컴컴한 감방에 갇혀 끊임없이 구타당했다.
결국 피레다는 출소 후 다른 남성에게 되팔려갔다. 이번에는 이라크 사내가 주인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세 차례 목을 매달아 자살을 기도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여러 차례 피레다를 겁탈한 후 싫증을 느꼈던 이라크 사내는 얼마 후 한 무리의 리비아 출신 IS 요원들에게 피레다를 팔아넘겼다.
이곳에서 피레다는 다른 소녀들과 함께 거의 매일 밤 성폭행을 당했다. 여러 나라에서 가담한 IS 요원들이 주둔하고 있는 국경 지역이었던 탓에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사우디, 파키스탄, 러시아, 중국, 체코 등 국적도 다양했다.
그럴 때마다 피레다는 “나는 결혼한 유부녀다. 너희들 종교인 이슬람은 나 같은 여자를 겁탈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느냐”며 반항했다. 그러면 남자들은 “네가 이슬람에 대해 뭘 안다고 그래? 너는 신을 믿지 않는 이교도다. 때문에 우리는 너를 겁탈할 권리가 있다”라고 말하면서 구타했다. 몽둥이나 밧줄로 맞을 때도 있었으며, 한번은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맞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기회가 찾아왔다. IS 요원 두 명이 다른 소녀들을 겁탈하는 동안 문을 잠그지 않았던 것이다. 이 틈을 타 다른 일곱 명의 소녀들과 도주한 피레다는 그렇게 밤새 사막을 가로질러 탈출에 성공했다.
사실 피레다처럼 이렇게 탈출에 성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실제 많은 소녀들은 탈출은커녕 단 1분 1초의 자유도 누리지 못한 채 엄격한 감시 속에 매일 성노예로 살면서 고통당하고 있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IS가 이라크 북부를 침공하자 수만 명에 달하는 예지디인들이 집을 버리고 피난길에 올랐으며, 당시 수백 명의 소녀들이 동시에 IS에 의해 납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현재 약 3500명의 소녀들이 포로로 붙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앞서 피레다의 경우처럼 성노예로 팔려가거나 선물로 이용되고 있으며, 때로는 몸종으로 팔리는 경우도 있다. 국제인권감시기구의 프레드 에이브러험 특별고문은 “이라크 예지디족에 대한 IS의 끔찍한 만행은 점점 더 그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강제 개종, 강제 결혼을 일삼거나 심지어 성폭행을 하거나 노예로 삼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는 어린 소녀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40명이 넘는 이라크 포로 여성들을 인터뷰한 국제앰네스티 위기대응 상임고문인 도나텔라 로베라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14세, 15세 또는 이보다 더 어리다. IS는 성폭행을 공격 무기로 이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포로로 붙잡힌 후 공포감을 견디지 못하고 목을 매달아 자살하거나 손목 동맥을 끊어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무리의 IS 청년들이 노예 시장에 가기 전 들뜬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IS의 이런 잔혹한 면이 처음 드러난 것은 지난해 한 편의 동영상을 통해서였다. 한 무리의 IS 청년들이 노예 시장에 가기 전 들뜬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그것이었다. 이 영상 속에서 청년들은 “오늘은 별 일이 없으면 노예시장에 가는 날이다” “원한다면 노예를 팔거나 선물할 수도 있다. 원하는 대로 다 할 수 있다” “나는 (지폐) 세 장을 주고 살 테다” “나는 권총을 주고 사올 테다” “푸른 눈동자면 더 비싸다”라는 대화를 주고받는다.
탈출에 성공한 일부 소녀들의 증언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8월 IS가 마을을 점령하자 포로로 붙잡혔던 하난(가명·18)은 그 길로 다른 소녀들과 함께 강제로 트럭에 실려 모술로 끌려갔다. 한 체육관 강당에서 200명의 성인 여성과 소녀들과 함께 겁에 질려 있었던 하난은 “그들은 겁을 주기 위해서 총을 쏴댔으며, 마음에 드는 여자들은 아무나 강제로 데려갔다”라고 진술했다. 그리고 나이가 어릴수록 가장 먼저 팔려나갔다고 덧붙였다.
IS에 성노예로 붙잡혔다 3000달러(약 330만 원)의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났던 카마(30)는 “그들은 여자들을 돈을 받고 팔았다. 많은 남자들이 여자를 사기 위해 쉴 새 없이 찾아왔으며, 때문에 우리들은 제대로 잠조차 잘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어떤 여자들은 맞아서 부상을 당한 후에 되돌려 보내지기도 했다. 회복이 되면 다시 팔려 나갔다. 결국 한 명도 남김없이 모두 다 팔려갔다”라고 말했다.
더러는 강제로 결혼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예지디족 여성이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는 이상 이는 불가능한 일. 이슬람 율법상 무슬림은 무슬림끼리만 혼인을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많은 예지디족 여성들이 개종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만일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다른 곳으로 이리저리 팔려 다니게 된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에는 IS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무슬림 여성 관련 지침서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돼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여성 포로 및 노예를 다루는 방법에 관한 Q&A’라는 제목의 이 공고문은 모두 27가지 질문과 응답으로 이뤄져 있었으며, 기독교인, 유대인, 예지디인 여성들을 모두 노예로 삼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이 공고문에 따르면 여성들의 몸값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어릴수록 비싼 값에 팔리고 있으며, 9세 이하의 어린 소녀들은 20만 디나르(약 19만 원)에, 10대 여성은 15만 디나르(약 14만 원)에, 20대 여성은 10만 디나르(약 8만 7000원)에, 30대 여성은 7만 5000디나르(약 6만 5000원)에, 40대 여성은 5만 디나르(약 4만 원)에 팔리고 있다.
또한 미성년과의 성관계도 버젓이 허용하고 있으며, 훈육이 목적인 경우에는 구타도 허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 얼굴을 때리는 것은 금지돼 있다. 만일 주인이 전사하면 처분이 가능하며, 단지 주인에 의해 임신을 한 경우에는 사고팔 수 없다.
이밖에 여러 명이 동시에 한 명의 여성 포로와 성관계를 맺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며, 아내의 노예와 성관계를 맺는 것 또한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엄연히 타인의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비인간적인 행태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IS는 자신들이 발행하는 디지털영문잡지인 <다비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단자들을 노예로 삼고 그 여성들을 첩으로 삼는 것은 이슬람 율법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코란을 재해석하는 IS의 불온한 태도에 대해 아랍권과 이슬람권 국가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상태. 이에 이란계 미국인 학자인 할레 에스판디아리 중동 전문가는 “지금까지 IS는 잔인한 참수 방법과 포로 군인들과 민간인들을 처형하는 방법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또한 기독교도와 시아파에 대한 폭력과 유적지를 파괴하는 행위 역시 관심을 끌기는 마찬가지였다”라면서 “이에 비해 여성을 향한 이들의 야만스런 행위는 부차적인 문제로 다뤄져 왔다. 아랍 국가와 무슬림 정부는 사실상 IS가 벌이는 여성들에 대한 조직적인 비하, 폭행, 모욕에 대해서는 침묵해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에스판디아리는 “IS에게 여성은 하등한 종족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들에게 여성은 섹스를 즐긴 후에 버리거나 노예로 팔아버릴 수 있는 그런 존재다”라며 “앞으로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보다 높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무슬림 여성도 ‘강제결혼’ 당한다 일주일마다 남편 얼굴이 바뀐다고? IS에 가담하기 위해서 혹은 IS 요원들과 결혼하기 위해서 제 발로 걸어 들어간 젊은 무슬림 여성들 역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긴 마찬가지다. 이 여성들은 IS가 여성들에게 약속했던 호화롭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강제로 여러 남자들과 돌아가면서 결혼을 하는 식으로 잠자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순서가 돌아가는 것은 연장자인 사령관급이다. IS 소속 무슬림 여성들은 먼저 사령관급과 결혼을 한 다음 일주일 후 다시 새로운 남자와 혼인식을 올린다. 가령 IS에 가담하기 위해서 튀니지에서 건너왔던 몇몇 무슬림 여성들은 장교들과 혼인 계약을 맺고 잠자리를 가진 후 모두 일주일 만에 쫓겨났다. 이혼을 당한 소녀들은 다시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해야 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IS가 여성을 하나의 ‘소유물’ 또는 ‘재산’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