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62)이 횡령한 수백억 원의 회삿돈 중 200만~300만 달러(약 11억 680만~22억1360만원)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 자금으로 쓴 것으로 확인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 안팎에서는 장 회장이 곧 소환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29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장 회장이 미 법인을 이용해 빼돌린 비자금 수백억 원 중 200만~300만 달러를 도박 자금으로 쓴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장 회장이 미 라스베이거스 초특급 카지노호텔로 알려진 벨라지오(Bellagio), 윈 라스베이거스(Wynn Las Vegas) 등을 자주 드나들며 해외 원정도박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8일과 29일 서울 중국의 동국제공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 장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은 18시간가량 고강도로 진행됐으며, 증거인멸 시도가 의심되는 직원 두세 명이 현장에서 체포됐다. 장 회장 가족과 주요 경영진 등 10여명은 출국금지됐다.
검찰에 따르면 장 회장은 라스베이거스의 초특급 카지노호텔에서 상습 도박을 하며 도박판에서 수십억 원을 따기도 했다고 한다. 도박자금은 동국제강 미국법인(DKI)이나 본사 사옥 관리를 독점하는 페럼인프라 등에서 조성된 돈일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미 국세청과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으며, 미 당국에도 공조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동국제강이 미국·일본·홍콩 등 해외법인을 이용해 ‘200억 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동국제강이 장 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거래대금을 허위로 꾸며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의혹도 살펴볼 방침이다. 동국제강 수사를 맡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사실상 대기업 수사에서는 ‘특수부’로 불린다. 동국제강이 대대적인 타깃이 된 이유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포착된 죄질이 상대적으로 나쁘고 수사할 만큼의 자료가 확보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장 회장은 1990년에도 마카오 원정도박으로 구속된 바 있다.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는 조직폭력배가 낀 국제도박단을 적발해 장 회장 등 해외 도박자 9명을 상습도박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장 회장은 마카오 카지노에 사흘간 머물며 돈을 잃자 ‘서방파’ 출신 도박단 두목에게 100만 홍콩달러를 빌렸고 이 마저도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회장은 2004년 400억 원대 회사 예금을 가족들의 대출 담보로 제공하고, 회삿돈 160억 원을 개인채무 변제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형이 확정되기도 했다. 이후 2007년 2월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았다.
장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도박자금 이용에 대해 동국제강 측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동국제강 측은 “4년 전 국세청으로부터 역외탈세 등 이유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지만 문제없이 넘어갔다”며 “이번 수사로 국내외 투자 및 영업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