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의 열쇠를 쥔 컨설팅업체 장 아무개 대표(64)가 정동화 전 부회장(64)의 중학교, 대학 동문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 씨가 정 전 부회장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비자금 반입의 ‘키맨’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지난 27일 컨설팅업체 I 사 장 대표에게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장 씨는 정 전 부회장에게 S 사 등 2곳을 하청업체로 선정해달라고 청탁하고 베트남에서 조성된 비자금 40여억 원을 국내로 들여오는데 관여한 정황이 포착돼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베트남 현지에서 발주처에 뒷돈을 주고 공사를 따내는 데도 장 씨가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장 씨와 관련된 S 사 등 2곳을 압수수색해 사업 내역과 자금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또 검찰은 장 씨가 동문 관계를 이용해 정 전 부회장에게 하청업체 선정을 청탁하고 비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반입 창구’ 역할을 하겠다고 제안했으며, 정 전 부회장도 마당발로 알려진 그를 활용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장 씨가 설립한 컨설팅업체 I 사는 경영자문을 하는 컨설팅업체로 돼 있지만, 실제 영업실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자문을 명목으로 하고 실제로는 비자금 반입 업무를 주로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장 씨의 특이한 이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장 씨는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총풍사건’과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 때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총풍사건’은 1997년 대선 직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려 청와대 행정관, 대북사업가 장석중씨 등 3명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관계자에게 휴전선 무력시위를 요청한 사건이다. 장 씨는 당시 야당이 북한과 물밑에서 접촉해 ‘북풍’을 막으려고 활용했던 인물로 전해졌다.
2002년 대선자금 수사 때는 대우건설 측 15억 원을 한나라당 캠프에 직접 전달한 장본인으로 장 씨가 등장한다.
검찰은 장 씨의 신병 확보 여부에 따라 정 전 부회장 비자금 수사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장 씨와 I 사가 포스코 베트남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장 씨의 구속 여부는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