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여자> 세 유부녀의 ‘바람’에 대한 수다

	▲ 왼쪽부터 변정수, 유호정, 진희경

‘바람난 여자’들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앞집여자> 속의 유부녀들 말이다. 대한민국 아줌마, 아저씨들은 요즘 이 드라마를 보고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다고들 하는데…. 그러한 심리마저 ‘위험한’ 것이라 치부하기에 앞서 드라마 속 유부녀들이 유쾌, 발랄하게 살아가는 재미를 먼저 맛보길 바란다. 그간 드라마 속에서 칙칙하고 무겁게만 다뤄졌던 불륜이라는 소재를 이처럼 가볍고 밝은(?) 색채로 얘기하는 것은 처음이지 싶다.

과연 <앞집여자> 속 유부녀들 유호정, 변정수, 진희경은 ‘불륜과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 여자의 ‘가상수다’를 꾸며보았다. 접시 몇 개 깨볼 심산으로.

유호정(유) : 난 사실 <취화선> 출연 이후 그동안 사극에서 출연 요청이 많이 왔었어. 그런데 왠지 이번엔 현대극을 하고 싶더라. 그러던 차에 <앞집여자> 극본이 들어왔는데, 미연 역이 참 재밌는 캐릭터이더라구. 순진하면서도 할 것 다하고 내숭떠는 역할 자체에 매력을 느껴 결정했어.

변정수(변) : 난 내 자신이 유부녀나 엄마라는 사실이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핸디캡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렇지만 TV에서는 아줌마라고 하면 죄다 흐트러진 모습뿐이라 불만스러웠어. 내가 애경 역으로 TV 속 아줌마의 전형을 바꿔볼 거야.

진희경(진) : 제일 많이 듣는 얘기가 아직 미혼인데 어쩌면 그렇게 질펀한 아줌마 역을 잘하느냐는 거야. 나도 걱정이 없던 건 아니야. 너무 잘해도 문제, 못해도 문제라고 생각했지(웃음). 그렇지만 한번 해보고 싶은 역이었고 감독님도 진희경이 적역이라며 여러 차례 제의를 하셨어.

유 : 사실 드라마 속 얘기는 누구에게 하지 못할 뿐,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얘기야. 살면서 누군가에게 유혹을 받거나 미연이처럼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할 거 같아?

변 : 내겐 해당되지 않는 거 같은데. 난 첫사랑과 결혼했으니 말야. 그러나 미연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첫사랑의 낭만적인 감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유 : 난 아직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잘 모르겠어(웃음). 그런데 젊은 시절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더라. 내 첫사랑을 돌이키면 희미한 기억이어서 지금 만나도 별 감동이 없을 것 같은데. 뭐, 만나서 그저 옛날 얘기는 하겠지. 그렇지만 만약 남편(이재룡)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리고 남편이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보내줄 것 같아. 왜, 사랑은 교통사고와 같은 거라잖아.

변 : 음… 실제 주부들 중에는 남편에게 성적 불만을 갖고 사는 이들도 많을 것 같아.

	▲ 극중 미연(유호정 분)은 남편 상태(손현주 분/왼쪽)와 별다른 문제 가 없음에도 우연히 재회한 첫사랑 정우(김성택 분/오른쪽)에게 서서히 빠져든다.

진 : 그렇겠지. 그리고 그걸 ‘해소’하는 방법도 제각각인 것 같아. 물론 애경처럼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수미처럼 가족의 소중함을 알고 지키려고 한다면 결국 우여곡절 끝에라도 가정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변 : 난 가끔 대본을 보면서 애경 같은 사람이 정말 있을까 싶기도 해. 애경이 정말 대단하지 않아? 요즘엔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실제 주위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궁금해져. 이웃집 아줌마가 화려한 옷을 입고 가는 걸 보면 ‘저 아줌마는 저러고 어디 가는 걸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거든(웃음).

진 : 그런데 ‘유’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유 : 시청자들이 미연의 외도를 이유 없는 외도라 생각할까봐 조심스러워. 사실 외도라는 게 현실적으로 반드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잖아. 미연 역시 가정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결국 정우와 데이트를 즐기잖아. 감정 조절이 참 힘든 문제야.

변 : 정우와는 어떻게 할 건데?

유 : 글쎄, 아직 나도 잘 모르겠어. 애경의 조언을 받아 잘 해결해가지 않을까. 그보단 애경의 앞날이 난 더 궁금해.

변 : 나도 그래. 나중에 완벽한 성형미인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잖아(웃음). 미연에게 불륜현장까지 발각된 데다 속이고 싶은 과거까지 들통나다니. 참, 드라마에서 성형수술 전 모습으로 나올 사진은 실제 내 학창시절 사진을 합성한 거야.

유 : 수미와 봉섭 커플도 만만치 않아.

진 : 내 대사 중에 ‘찐한’ 게 많잖아. 다행히 NG는 많이 내지 않지만. 평소에 중얼거리며 대사 연습을 정말 많이 해. 지난 번 좀 과격했던 봉섭과의 ‘베드신’ 찍을 때는 웃음이 나서 혼났지. 극중 수미가 봉섭의 동정을 빼앗고 책임감에 결혼한 건 다 알지?

진 : 내 생각으로는 그래도 극중 수미와 봉섭 부부가 제일 건강한 모습으로 사는 것 같아. 미연과 애경의 바람도 결국 내가 좋은 길로 인도해 잠재워지길 바라.(웃음)

유·변 : 동감이야. 결국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야겠지.

애초 8회로 기획됐던 <앞집여자>는 인기에 힘입어 얼마 전 12회까지 연장을 결정했다. 그러나 ‘불륜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듣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제작진측은 “살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을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 실제로 솔직한 그들의 모습이 더 정겹게 느껴지는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과연 ‘앞집여자’들은 앞으로 바람을 어떻게 잠재우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