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도로 민주당’ 되는 거 아냐
4·29 재보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천정배 전 의원(광주 서구을)과 정동영 전 의원(서울 관악을). 일요신문 DB
문 대표는 4월 2일 안철수·김한길 등 전직 대표들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개최해 ‘SOS’를 보냈다. 그러나 이마저도 박지원 의원이 불참하는 등 ‘반탁회의’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고 있다.
새정치연합 한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천정배 전 의원이야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대선 후보로까지 출마했던 정 전 의원이 우리를 향해 비수를 들이대는 것은 정치적 도의에 어긋나는 행보다. 승패를 떠나 정 전 의원은 악수를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또 다른 의원 역시 “천정배·정동영 전 의원 둘 다 혁신을 부르짖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당 내 입지가 줄어들자 또 다른 둥지를 찾아 떠난 것 아니냐. 출마 역시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 쇼”라며 탈당에 이은 선거 출마를 깎아내렸다.
새정치연합의 이러한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되는 바였다. 그런데 정 전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모임 내부에서조차 쓴소리가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끈다. 앞서 국민모임은 4월 재보선에 참신한 후보를 내보낼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과연 정 전 후보가 이에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부호가 달리는 것이다. 또 정 전 의원과 천 전 의원 출마로 소수 야권 진영의 스탠스가 더 어려워졌다는 점에서도 뭇매를 맞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지난 1월 12일 ‘국민모임’이 ‘새로운 정치세력,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1차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한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그러나 국민모임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른 기류가 읽힌다. ‘천-정 라인’의 위상 강화를 염려하는 시각이다. 정 전 의원의 경우 국민모임 깃발을 달고 있지만 천 전 의원은 무소속이다. 그러나 둘이 연합전선을 구축했다는 게 정치권 정설이다. 권대우 정치평론가는 “정동영 전 의원이 불출마에서 입장을 선회한 결정적 이유가 천 전 의원 설득 때문이라고 들었다. 각각 광주와 서울에서 재보선 출마를 한 뒤, 이를 발판으로 향후 야권 재편을 주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정 전 의원과 천 전 의원 중 한 명이라도 재보선에서 승리할 경우 향후 신당 창당 과정에서 ‘천-정 라인’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으로 점친다. 국민모임 내부에서 ‘도로 민주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모임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정동영이나 천정배 둘 다 국민모임 신당 간판으로 내세우기엔 구태 인물 아니냐. 또 우리가 지향하는 바도 둘의 정치적 성향과는 조금 다르다. 이런 측면에서 둘의 재보선 승리가 그리 달가울 것 같지는 않다”고 귀띔했다.
국민모임 일각에선 당초 선거 불출마를 고수하던 정 전 의원이 급작스레 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모임 특정 세력이 정 전 의원에게 향후 신당 창당 및 내년 총선 과정에서의 지분을 보장해주는 대신 재보선 출마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앞서의 국민모임 관계자는 “신당 창당을 앞두고 벌써부터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정 전 의원 측이 어떤 정치 셈법을 하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