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초신 감독(왼쪽), 장선우감독 | ||
지난 6일 시사회를 가진 영화 <남남북녀>. 연출을 맡은 정초신 감독은 단상에 올라 “크랭크인부터 시사회를 하기까지 딱 1백일 걸렸다”고 밝혀 놀라움을 샀다.
정 감독은 앞서 찍은 <자카르타>와 <몽정기> 두 편의 작품도 크랭크인한 시점부터 6개월 안에 개봉까지 마쳤다. 두 편 모두 20억원이 채 안 들어간 적은 제작비로 각각 1백만 명, 2백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카르타> 개봉 당시에는 제작발표회를 한 지 석 달도 채 안되어 촬영이 종료되는 바람에 홍보사가 되레 홍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보도자료를 만들기도 바쁜 데다 자료를 받은 기자들이 “촬영 들어간 지 얼마나 됐다고?”라며 반신반의하는 문의가 빗발쳤다고.
이와는 전혀 반대의 입장으로 영화를 찍어 기록과 구설수에 오른 감독은 장선우 감독. 지난해 개봉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제작비 1백10억원에 촬영만 3년이 걸려 “성냥팔이 소녀가 영화 찍으면서 늙었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장선우 감독은 평소에도 선문답과 기행으로 ‘이름’이 드높은 인물. 이 영화를 찍을 때도 본인 외에는 제작자나 스태프, 배우 중 누구도 감독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한다.
끝내는 영화를 찍다 말고 잠적하는 해프닝도 벌여 주변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처음 30억원 규모로 시작한 영화의 제작비와 촬영 일수가 늘어난 데는 감독의 책임이 컸다.
그러나 장 감독은 <성냥팔이의 소녀의 재림> 외에도 또 다른 영화에서도 여전히 ‘혼자 느긋한’ 여유를 보여 무성한 뒷얘기를 낳고 있다. 박재동 감독과 함께 만들고 있는 애니메이션 <바리공주>가 그것. 장선우 감독뿐 아니라 박재동 감독 역시 만만치 않은 ‘여유파’라는 후문이다.
“곁에서 봐야 할 분들 소식을 신문에서 본다. 어쩌다 회사에서 보게 되도 기타 치며 노래 부르다 간다”는 것이 함께 작업하던 몇몇 직원들의 하소연이었다고.
▲ 왼쪽부터 홍상수감독, 봉준호감독, 이창동 감독 | ||
덕분에 관객들은 멋진 배우들이 망가진 모습을 봐서 좋았지만 배우들은 자신의 모습을 짐작할 수도 없어 내심 염려하기도 했다고. 예지원은 “영화를 찍는 동안은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몰라서…”라고 개봉 후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즉흥적으로 영화를 찍는 것이 홍상수 감독의 스타일이라면 소품 하나까지 철저하게 준비하는 ‘디테일’을 고집하는 감독도 있다.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은 너무나 세밀하게 작업을 하는 바람에 ‘봉테일’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시대 고증을 위해선 당연한 일”이라고.
감독들이 배우를 ‘관리’하는 스타일도 갖가지다. <바람난 가족>의 임상수 감독은 배우의 연기나 자세가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말’이 튀어나온다고 한다. 반면 문광부 장관이 되어있는 <오아시스>의 이창동 감독은 배우가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마냥 기다린다고 한다.
김민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