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잠금> 한상궁이 주걱으로 땅 파다 발견한 광천수 한상궁은 갑부가 되어 최상궁을 가정부로 부리며 사는데… (사진합성=장영석기자 zzang@ilyo.co.kr) | ||
‘다모 폐인’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 형태인 사극 패러디가 국민드라마로 급부상중인 <대장금>을 통해 전성기를 맞이한 것. 드라마 <대장금> 뺨치는 네티즌들의 ‘대장금 패러디 소설’을 한번 만나보자.
현재 네티즌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패러디 소설은 단연 <대잠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원작의 주인공인 ‘장금’보다는 ‘잠금’이 강조되는 이야기로 궁에서 발견된 광천수를 둘러싼 에피소드와 이를 ‘잠그는’(폐쇄시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최상궁(원작 견미리 분) 때문에 위기에 몰린 한상궁(원작 양미경 분)이 궁을 탈출하려고 주걱으로 땅을 파던 도중 광천수를 발견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광천수 발견으로 엄청난 포상을 받고 출궁한 한상궁은 어마어마한 갑부가 되고 궁에서 쫓겨난 최상궁을 가정부로 부리며 살게 된다.
이 광천수는 엄청난 효력을 발휘한다. 우선 뛰어난 다이어트 효과. 이를 알아낸 금영(원작 홍리나 분)과 영로(원작 이잎새 분)가 광천수를 몰래 다이어트 식품으로 저잣거리에서 팔지만 결국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민정호(원작 지진희 분)에게 체포되고 만다. 연생(원작 박은혜 분)은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다 100kg이 넘는 비만에 시달리지만 광천수 몇 잔에 본래 체중으로 돌아와 이 경험을 다이어트책으로 써 갑부가 된다.
하지만 강덕구(원작 임현식 분)를 통해 광천수는 위기를 맞는다. 몰래 광천수로 목욕한 강덕구의 피부가 몰라보게 좋아지면서 수많은 인파가 ‘광천수 목욕’을 위해 궁으로 몰려든 것.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중종(원작 임호 분)은 광천수 사용을 금지시킨다. 이를 위해 장금은 ‘초강력특수잠금장치’를 만드는데 이 장치 이름이 바로 ‘대잠금’. 지금도 경복궁 어딘가에 이 장치가 숨겨져 있다는 전설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설정은 장금이 의녀가 되는 과정. 수라간 일로 주부습진에 걸린 장금이 스스로 치료약을 개발하는데 이 약으로 무좀으로 고생하던 중종이 완쾌된다. 결국 이 공로로 장금은 의녀가 된다.
▲ <짬뽕패러디>궁에서 쫓겨난 장금이는 다모가 되어 ‘주초위왕’ 사건을 해결하고 의녀로 컴백해서 문정왕후에게 침을 놓아 회임시켜… | ||
이야기는 기묘사화로 시작된다. 조광조를 밀어내기 위해 희빈 홍씨는 수라간 나인 금영에게 꿀로 나뭇잎에 ‘주초위왕’(조씨 성을 가진 자가 왕이 된다는 뜻)이라는 글씨를 쓰게 시킨다. 이 일로 공로를 인정받은 금영은 그 대가로 장금이를 궁에서 내쫓아줄 것을 요구하고 결국 장금은 궁에서 쫓겨나 ‘다모’가 된다.
‘다모’로 활약하며 어린 시절 잃어버린 오빠를 만난 장금은 그의 도움으로 ‘주초위왕’ 사건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 일을 계기로 장금은 의녀로 궁에 컴백한다. 의녀가 된 장금의 최고 활약상은 아이를 갖지 못하던 문정왕후를 침 한 방으로 왕자를 잉태하게 만든 것. 결국 <여인천하>에서 가장 큰 인기를 불러모은 ‘문정왕후의 임신’ 뒤에도 장금이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 일로 어의의 자리에 올랐지만 여자 어의를 두고 당파싸움이 계속되자 장금은 스스로 출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그렇게 궁을 떠난 장금이 민정호와 결혼해서 백년해로했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같은 짬뽕 패러디 소설의 묘미는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서로 다른 사극의 출연 인물들을 새로운 관계로 엮어낸다는 점. 가령 <여인천하>와 <대장금>의 두 주인공 ‘난정’과 ‘장금’을 절친한 사이로 만드는 식이다. 두 사람이 모두 문정왕후와 가까운 인물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이들의 관계를 소꿉친구, 친자매 등 다양하게 설정한다.
이런 설정을 이용한 또 다른 패러디 소설 <고스톱 치는 장금>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 문정왕후의 방에 장금과 난정이 찾아와 고스톱을 치는 내용으로, 캐릭터의 성격이 재미를 배가시킨다. 표독스러운 승부사 ‘난정’, 인자하지만 잘 삐지는 ‘문정왕후’, 패를 음식에 비교하는 ‘장금’이 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이런 패러디가 가능한 이유는 여타의 사극과 달리 드라마 <대장금>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보다는 ‘창작된 허구’를 토대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에 얽매이지 않은 사극은 네티즌들에게도 자유로운 상상력 발휘를 가능케 하고 있다. 비슷한 방식의 사극 <다모>를 통해 패러디의 세계를 개척한 네티즌들의 역량이 <대장금>에서 빛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