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의 마지막 밤을 하루 앞둔 지난 12월30일, 백지영이 ‘쇼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Show Limit’로 이름지어진 이날 밤 무대는 백지영이 갈고 닦은 실력과 끼를 ‘작심하고’ 모두 선보이는 자리였다.
밤 10시가 조금 넘어 시작된 콘서트 무대는 12시를 넘겨 다음날까지 열기가 이어졌다. 예상보다 훨씬 많았던 3천여 명의 관객들은 백지영의 무대 뒤 모습에 환호하고 열광했다. 그날 밤의 뜨거웠던 현장을 지면에 옮겨본다.
오프닝 무대를 앞둔 시각, 무대 뒤 대기실을 엿보았다. 가장 눈에 띄었던 이들은 이번 공연에 찬조 출연한 네 명의 트랜스젠더들. 한껏 부풀린 스타일의 가발과 짧은 원피스로 멋을 낸 이들은 안무와 노래연습에 한창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모두들 180cm가 넘는 ‘쫙 빠진’ 몸매의 소유자들이다. 그 옆에는 이들을 섭외한 유명 스타일리스트까지 자리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김남주 유호정 이미숙 등의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기도 한 김성일 실장은 “모두들 잘나가는 트랜스젠더들이다. 특별히 ‘엄선’된 이들만을 오늘 초대했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예상외로 이들은 사진촬영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해주었다. 모두들 쇼무대에서 갈고 닦은 실력 덕에 특별한 주문 없이도 포즈가 척척 나온다. 솔로로 노래까지 준비해 온 한 ‘친구’는 짧은 치마 속의 속옷까지 보여주는 ‘친절’을 베풀었다.
알고 보니 속옷은 이날 관객들에게 선물로 제공되기도 한, 이혜영이 직접 디자인한 것이었다. 백지영의 소속사 ‘상마인드’는 이혜영의 연인인 이상민이 대표로 있는 곳. 잠시 뒤, 무대 위에서 이들은 현란한 동작과 외모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알고보니 치마 속에 이혜영의 팬티를 입었던 이유는 바로 ‘텀블링 춤’ 때문. 텀블링을 하면 자연스레 속옷이 보일 수밖에 없어 이 같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 화끈한 베스트 포즈4 (1) 공연중 발차기하는 백지영. (2) 트랜스젠더 ‘랑’의 각선미. 체모가 노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3) 여장남자 니나의 무대. (4)싸이는 쇼의 열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
||
‘싸이’의 등장은 쇼의 열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지난 12월24일 자신의 콘서트에 백지영이 게스트로 출연한 보답으로 싸이 역시 흔쾌히 이날 공연에 참가했다고 한다. 싸이와 백지영은 ‘나이트 안에서 부킹 상대로 만난 남녀’로 상황을 설정해 담소(?)를 나누는 무대를 마련했다.
백지영은 이날 의상을 여러 벌 준비해 와 현란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입고 있던 의상을 하나씩 벗어 던지며 천막 뒤에서 은밀한 실루엣을 연출했는가 하면, 검정색 속옷 형태의 의상에 허리 부분에만 망토를 두른 채 온몸을 과격하게 흔드는 춤을 선보였다.백지영이 순간순간 내뿜은 열정은 무대와 관객을, 그리고 그녀 자신을 태웠다.
전문댄서인 ‘니나’(NINA)의 무대에서는 한 가지 해프닝이 벌어졌다. ‘여장남자’인 니나는 이날 노랑색 단발머리 가발과 새빨간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니나는 화끈한 춤실력을 선보이면서 끝부분에 가발을 벗어 던지며 ‘남자’임을 드러냈는데, 음악담당의 실수로 미처 나머지 안무를 선보이지 못한 채 무대를 내려와야 했다. 한편 공연 중에는 백지영의 매니저 이유진 실장과 안무가 홍영주씨가 무대로 올라가 깜짝쇼를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