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저자가 웰빙족이냐? 절대 아니다. 저자 역시 화학조미료에 입맛이 길들여진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이 음식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입에 들어오게 되었는지’에 생각이 미쳤다. 여기에는 농사꾼 출신이라는 배경 역시 한몫했다. 평생을 농사지으며 살아온 엄마 밑에서 자란 저자는 자연스레 산과 들에서 나는 다양한 식재료를 접할 수 있었고, 엄마나 동네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식재료의 채취 방법과 효능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체계적인 이론서가 아니다.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장 종류에서부터 소금, 젓갈을 거쳐 고기, 다양한 향신료, 김치, 추석 음식과 우리의 주식 쌀에 이르는 식재료들에 대한 기본 지식과 이에 담긴 사연, 저자의 생생한 경험, 잡설 등이 모두 한데 어우러져 식재료의 면면을 통해 우리의 음식문화를 들여다보는 ‘식재료 잡학사전’이다.
처음 읽으면 말 그대로 흥미롭고 재미있다. 한 번 더 읽으면 처음 느꼈던 재미에서 조금 더 나아가, ‘식재료와 생산 시스템에 대한 저자 나름대로의 깊은 고민과 걱정이 담겨있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 이 책에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전래동화 같은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더불어 음식을 사 먹는 입장에서 평생 모르고 살고픈 식재료의 현실까지 두루 실려 있다.
전호용 지음. 글항아리. 정가 1만 8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