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늑대> | ||
영화 <로드무비>에서 적나라한 동성애 연기를 펼치고 <바람난 가족>에서 바람난 남편 역을 그럴듯하게 소화했던 황정민. 베드신 연기에 대해 호평을 받아온 그지만 자연스런 연기 뒤에는 고통도 없지 않았다.
얼마 전 크랭크업한 영화 <마지막 늑대>에서의 갈대밭 베드신 장면.
극중에서 순경 역을 맡은 황정민은 강원도의 한 갈대밭에서 베드신을 찍다가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 극중 애인인 김현정이 그를 덮치는 순간, 맨살이 땅바닥에 그대로 닿았고 가시가 무성하게 달린 나뭇가지와 모난 돌멩이가 등바닥을 찔러댔던 것.
황정민은 고통 속에 신음소리를 냈지만, 연기인 줄로 착각한 상대역 김현정은 황정민을 더욱 세게 내리눌렀다. 덕분에 황정민은 등바닥에 영광의 상처를 안게 됐지만 그 미묘한 표정 덕분에 이 갈대밭 베드신은 매우 실감나게 촬영됐다는 후문.
▲ (위부터)<내사랑 싸가지> <홍반장> | ||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베드신 촬영 또한 만만치 않았다고 전해진다. 즉석연기를 중요시하는 홍 감독의 스타일상 배우들도 베드신에 대해 짜여진 각본 없이 촬영에 임했다. 성현아와 김태우의 베드신은 영화 속 설정 그대로 실제로도 소주 두어 병을 함께 마신 상태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성-김 커플의 경우 술기운에 무난히 베드신을 소화했지만, 역시 영화 속에서 성현아와 ‘애정 호흡’을 맞췄던 유지태는 베드신에 대해 “고통스럽다”고 고백했는데…. 유지태의 솔직한 생각은 이렇다. “배우들에게도 베드신은 힘든 작업이다. 아무리 연기라 해도 베드신 촬영은 은밀한 부위를 공개해야 하는 사생활과도 같다”는 것. 유지태는 “배우들의 고통스런 심경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항변했다.
김재원의 ‘베드신 사절’ 이유는 좀 더 색다르다. 바로 미래의 신부를 위해 아껴두고 싶다는 것. 얼마 전 영화 <내사랑 싸가지>에서 하지원과 호흡을 맞췄던 그는 극중에서 진한 애정신이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보다는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내) 몸매가 몸짱과는 거리가 멀다”며 매우 ‘겸손한’ 고백을 한 김재원은 “베드신은 좀 더 신중히 고민한 뒤 찍을 생각”이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의 생각은 바로 이렇다.
“나중에 결혼한 뒤 아내와 아이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혹시 상처받을 수도 있잖아요(웃음).”
▲ <발리에서 생긴일> | ||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작품성이 좋은 작품에서 꼭 필요한 베드신이라면 찍을 생각”이라고 누누이 말해왔던 하지원은 여느 여배우들이 영화를 선호하는 것과 달리 드라마 속에서 베드신을 소화함으로써 연기력에 대한 좋은 평까지 얻어냈다.
그런가 하면 베드신에 대해 ‘자신있다’고 당당히 고백하는 배우들도 있다. <싱글즈>에서 장진영과 함께 출연했던 엄정화는 “나도 베드신이 자신 있는데 찍을 기회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엄정화의 그런 솔직한 발언은 그녀를 주목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랬던 그녀가, 이번에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에서 김주혁과 찰떡궁합의 베드신 연기를 펼쳤단다. 처음으로 주연에 도전한 김주혁이 베드신 연기를 앞두고 긴장했던 데 반해, 엄정화는 “베드신 촬영에 대해 나름대로 환상을 갖고 있었는데 주혁씨가 기대를 무산시키고 NG를 냈다”고 웃으며 응수했다.
베드신 촬영을 앞두고 비디오 등을 통해 공부를 한다는 배우들이 많은 것을 보면, ‘전문가’인 그들에게도 쉽지만은 않은 것이 바로 베드신이다.
‘기술’만이 아닌 ‘몸매’까지 대형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내야 하는 만큼 여느 내면연기 못지않게 힘든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이번에 배우들의 베드신 고충을 이해한 독자들은 그들의 ‘편안한’ 몸매에 더욱 열광하고 혹여 몸매 중 ‘옥에 티’가 보일지라도 너그러이 받아들이시길. (MBC <사랑한다 말해 줘>에서 열연중인 김성수는 피부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에서 온몸 연기를 펼쳐 호평을 받았음을 ‘팁’으로 알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