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성인비디오물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
일본 성인 영화가 완전 개방된 데 반해 비디오만큼은 ‘국내 극장 개봉작’에 한해서만 출시가 가능하다. 즉 비디오용으로 제작된 일본 AV의 국내 유통은 금지돼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일본 AV가 변태적이거나 표현 수위가 너무 노골적인 데다 일본 AV 때문에 영세한 국내 에로 비디오 업계가 괴멸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 이를테면 ‘에로 식민지화’를 경계한 셈이다.
하지만 일본 AV의 국내 ‘침공’은 교묘한 편법 덕에 이미 본격화됐다. ‘한·일 합작’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표를 달고 일본 AV들이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것. 이런 방식으로 일본 AV들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적인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다.
지난 2월 이후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 국내 등급분류를 신청한 비디오 가운데 일본 관련 단어가 들어간 에로 영상물은 모두 15편가량. 대다수가 러닝 타임이 30분 미만으로 비디오 출시가 목적이 아닌, 모바일과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영상물들이다.
이들 에로 영상물들은 ‘일제’임을 강조하기 위해 대부분 제목에 ‘일본’이나 ‘제팬’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여기에 ‘스와핑부부’ ‘전화방몰카’ ‘기생게이샤’ ‘노조기’ ‘변태의사’ 등의 단어를 결합해 ‘일본 AV’의 분위기를 풍긴다. 이외에도 ‘일본처제’ ‘동경여대생’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제목으로 포장돼 있지만 영상물의 내용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무작정’ 베드신만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베드신이 너무 노골적이고 변태적이라는 점에서 국내 에로비디오와는 차이가 큰데 이는 전형적인 일본 AV의 제작 방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변태적이면서 자극적인 전위가 이어지고 성행위 역시 다양한 체위가 등장한다. 연출 기법도 몰카 형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아 보는 이들을 더욱 자극한다.
노출의 수위 역시 기존의 에로 영상물보다 ‘과감한’ 편이다. 대부분 과도한 노출로 인해 영등위의 등급보류를 몇 차례 당하며 편집된 것이지만 그래도 국내 에로비디오보다는 훨씬 노출이 심한 편이다. 영등위 관계자는 “스쳐지나가는 수준의 음모 노출 장면은 허용되는데 이 정도는 에로 비디오에서도 통용되는 수준이지만 이런 장면이 좀 자주 등장하는 편”이라면서 “화면이 작은 모바일을 통해서 방영되기 때문에 정확히 드러나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 일본 성인비디오물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 ||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본 AV들이 별다른 문제없이 국내에서 서비스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동원되는 방법이 ‘한·일 합작’이라는 타이틀을 따내는 것이다. 외국과 합작 제작한 비디오물의 경우 국내에서 제작한 것과 동일하게 인정되는 조항을 이용한 것이다.
일본 AV를 한·일 합작으로 ‘둔갑’시켜 등급 심사를 받은 업체들은 한결같이 “직접 일본에 가서 촬영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확인 결과 이는 일부분 사실이나 여기에도 편법이 동원된다. 에로 비디오 제작사 Y의 한 관계자는 ‘한·일 합작’으로 변신시키는 방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제작사에서 한두 명이 일본으로 넘어가 우선 수입할 일본 AV를 고른 이후 여기에 출연했던 배우를 데려와 한두 장면을 추가 촬영해 덧붙이면 형식상은 한·일 합작이 된다”면서 “편법이지만 국내에서 에로비디오를 한 편 촬영하는 것보다 이런 방식으로 출시하는 게 훨씬 저렴하다”고 설명한다.
국내 에로 업계는 비디오 시장의 몰락 이후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해 회생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최근 일본 AV들의 국내 공략이 본격화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한국에 비해 훨씬 전문적인 에로배우들이 즐비하고 연출 기법 역시 한 단계 위인 일본 AV에 비해 아직 한국 에로 비디오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 이런 이유 등으로 정부 역시 일본 AV의 수입만큼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한·일 합작’이라는 편법을 이용한 일본 AV의 수입이 급증하면서 이런 보호책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 ‘에로 식민지화’에 대한 우려의 얘기가 나오는 것도 결코 빈말은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