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베라메>(왼쪽)는 화재 장면에 돈을 많이 들였고, 드라마 <다모>에서는 주인공 하지원은 물론 이재규 PD도 수중촬영 때문에 고생했다고 한다. | ||
더구나 화재장면이나 수중신과 같은 경우엔 그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기에 출연진과 스태프들의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물과 불로 인해 빚어졌던 촬영 에피소드를 모아보았다.
얼마 전 크랭크업된 영화 <인어공주>의 필리핀 로케현장. 촬영은 마지막 수중신만 남겨두고 있었다. 극중에서 제주도 해녀로 등장하는 전도연은 이미 물속을 활개치고 다닐 만큼 능숙한 ‘인어’. 그러나 엔딩을 장식할 수중신은 바닷속 6m 깊이의 ‘해저’에서 찍어야 하는 고난이도 장면이었다.
전도연과 박해일 두 주인공이 바닷속 벤치에 나란히 앉아 동화책을 읽는 모습을 연출해야 하는 것이 마지막 과제. 맨몸으로 잠수를 한 두 배우는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 숨을 참으며 ‘달콤한’ 표정연기까지 해야 했다. 한번에 1∼2분씩 숨을 참는 것이었지만, 바다 안에서는 10∼20분처럼 길고 힘겹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화면에 담기는 것은 두 사람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여러 명의 스태프들이 고생을 나눴다. 산소통을 맨 구조요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틈틈이 배우들에게 공기를 공급해 주었고, 촬영감독은 렌즈를 갈아 끼우기 위해 물 밑과 위를 왔다갔다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위험한 순간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촬영감독이 잠수복을 잠깐 여는 사이 옷 속으로 들어간 물고기가 독기를 쏘아서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면 미리 겁을 먹을까봐 전도연에게는 일부러 비밀로 했다고 한다. “그냥 바나나 먹고 알레르기 생긴 거야”라고 둘러대며.
헌데 전도연마저 눈가를 해파리에게 쏘이는 작은 ‘사고’를 당해 잠깐 촬영을 중단해야 했단다. 한편 스틸사진을 촬영했던 사진작가는 “압력 차 때문에 물속에 들어갔다가 코피까지 쏟았다”며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 애초에는 이 마지막 장면을 고두심도 함께 촬영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고두심은 전도연의 엄마로 등장하는데, 엄마에서 딸로 모습이 교차되는 장면으로 마무리를 하려 했던 것. 그런데 제주도가 고향인 고두심이 막상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해 테스트만 받고도 기진맥진했다고. 결국 고두심은 서울로 먼저 철수했다는 후문이다.
▲ 영화 <인어공주>에서 전도연은 해파리에 쏘이고 숨을 참아가며 수중장면을 촬영했다. | ||
하지원이 김민준과 권용운을 물속에서 구해내는 장면이었는데, 감독이 직접 나서 시범을 보이다가 이마가 찢어진 것. 감독의 열의가 한몫을 해, 수영을 전혀 못하는 하지원도 더욱 ‘몸을 던져’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설경구 역시 수영을 못해 <실미도>를 찍으며 ‘물에 빠져 죽을 뻔’하는 사고를 겪었고, <블루>에서 해난구조대원으로 출연했던 공형진은 해파리 때문에 하도 고생해 한동안 해파리냉채라면 보기도 싫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기는, 물신에 질린 어느 배우는 ‘여름에 물놀이 가기도 싫더라’고 털어놓기까지 했으니까.
불과 관련된 대표적인 신으론 화재장면을 꼽을 수 있다. 불 장면을 찍으려다 정말 불이 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안전에도 적잖이 신경을 써야 한다. 일부러 불을 지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 그래서 화재장면을 찍기 전엔 사전에 여러 번 작은 불을 내보고 가장 적절한 경우를 택해야 한다고. 한 번 타버리면 현장복구가 힘들다는 이유에서도 그렇다. 또한 프로판 가스나 알코올 등 재료의 혼합비율, 사용량에 따라 다양한 ‘불’의 효과가 나타나므로 사전테스트가 중요하다.
화재를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영화로는 2000년 개봉했던 <리베라메>가 있다. 방화범과 맞서는 소방관들의 활약을 다룬 <리베라메>는 특히 화재에 들인 돈이 많았다. LPG가스 6t, 특수기름 2천ℓ 등이 사용됐고, 주유소 폭파 장면에서는 실제 주유소를 무려 4억원을 들여 만든 다음 ‘한번’의 화재로 불태워 버려야 했다.
‘불장면’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연기(煙氣)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아니다. 현장 상황과 극중 설정에 맞춰 연기도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깔리는’ 연기에는 쑥을 태우거나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하고, 야외촬영에선 주로 연막가루나 연막소독기를 사용한다고. ‘연막소독기’는 엔진이 달려 있어 전기를 쓸 수 없는 오지 촬영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가요프로그램에서 흔히 쓰이는 드라이아이스는 ‘귀신 출현 장면’에서도 빠짐없이 사용되는 효과 소품. 노천온천에서 목욕하는 장면을 찍을 때도 드라이아이스를 넣어 흰 연기를 만든다. 언젠가 한 사극촬영장에서는 노천온천 장면을 찍은 뒤 물고기가 마구 떠올라 매운탕 파티를 벌인 일도 있다고 한다. 영하 79°C의 드라이아이스 때문에 수온이 갑자기 낮아져 물고기들이 정신을 잃고 말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