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실,채시라 | ||
최진실과 채시라. 이들은 각각 MBC <장미의 전쟁>과 KBS <애정의 조건>이라는, 타 방송사에서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주말드라마를 택했다. 그것도 한날한시에 첫방송을 타는 ‘기막힌’ 우연까지 더해졌다. 여러 모로 비교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연기와 실제를 넘나들어보자.
교묘하게도(?) 두 라이벌 스타는 모두 ‘이혼녀’라는 다소 진부하고 드라마적인 캐릭터를 맡았다. 두 주부가 이혼에 이르게 되는 것도 ‘남편의 바람’이라는 흔하디 흔한 ‘공통점’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이혼 이후 살아가는 과정은 상반된 모습이다.
▲ MBC <장미의 전쟁>에서 호흡을 맞추는 최수종과 최진실. | ||
<애정의 조건>에서의 채시라는 변호사 남편(이종원 분)만 바라보며 겉으로는 남부럽지 않은 결혼생활을 해나가는 가정주부 ‘강금파’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금파는 외롭다. 남편이 자신에게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낌새를 느끼면서부터다. 남편 이종원은 변호사 후배와 이미 바람이 나, 철저한 이중생활을 즐기며 산다. 마음 둘 곳 없이 혼란스런 그녀는 우연히 만난 첫사랑과 채팅에 빠지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의 일차적 결론은 모두 ‘이혼’이다. 그러나 최진실은 이혼 후 꿋꿋하게 병원일에 더욱 매진하며 삶을 개척해간다. 반면 남편의 바람을 알고도 끙끙 앓기만 하던 채시라는 오히려 이혼을 ‘당한’ 뒤 빈손으로 쫓겨난다. 채시라는 “경제능력이 없는 이혼녀의 삶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보여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우리 시대 ‘이혼녀’의 상반된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이엄마’가 된 두 미녀스타의 복귀라는 사실만으로도 방영 이전부터 큰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은 시청률 경쟁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첫방송(3월20일)에서 <장미의 전쟁>이 19.4%(AC닐슨미디어리서치)와 18.0%(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한 데 이어, <애정의 조건>은 각각 18.9%와 20.2%를 기록해 근소한 차이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지난주 역시 두 프로그램 모두 17%대의 엇비슷한 시청률로 팽팽한 경쟁을 이어갔다.
과연 두 배우 중 누가 시청률 경쟁에서 이길까.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어느 드라마가 더 히트할 것 같나’라는 설문을 실시중이다. 지난 4월1일 현재 최진실이 59.9%, 채시라가 40.1%로 ‘히트 예감’에서는 최진실이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다.
▲ KBS <애정의 조건>에서 부부로 나오는 채시라와 이종원. | ||
그러나 90년대에 큰 인기를 누린 또래의 두 배우는 그리 친한 편이 아니다. 지난 96년 MBC <아파트>에서 함께 출연한 적도 있지만 서로에 대한 미묘한 경쟁의식 때문인지 사적인 만남을 가질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아쉬운 감이 없지 않은 듯하다. 먼저 최진실은 채시라에 대해 “좋은 경쟁자”라며 “채시라와 같은 좋은 배우가 있었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채시라 역시 “30대 배우가 주목받기 위해 함께 가야 할 몫이 크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 모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언제고 술 한잔 기울일 기회가 생긴다면, 수다 한판 떨 수 있지 않을까.
최진실과 채시라는 아이에 대해 여느 엄마 못지않게 지극정성이다. 조성민과 ‘안 좋은’ 일을 겪은 뒤 더욱 아들 환희(3)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는 최진실은 아이 얘기를 할 때면 언제나 눈빛을 반짝인다. 활동을 다시 시작한 뒤 아들 환희가 TV에 나오는 엄마의 모습을 무척 좋아한다고.
채시라 역시 딸 채니(3)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장 아끼는 엄마다. 채시라는 기자간담회에서 “평소 집에서 세수도 가끔 거른다”며 털털한 성격을 내보이기도 했는데, 아이에게만큼은 완벽한 엄마이고 싶다고. 채시라가 아이를 낳고 더 예뻐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이유도 이 같은 모정 때문이 아닐까.
이렇듯 ‘라이벌 드라마’에서 다시 만났지만, 두 관록 있는 배우는 상대방에 대한 칭찬과 격려도 아끼지 않고 있다. 앞서 자신을 ‘좋은 경쟁자’로 평해준 최진실에게 채시라는 “두 드라마 모두 잘됐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