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란다>의 여주인공 김예원의 화끈한 연기. 임준선 기자. | ||
그 시절 문화가의 이른바 ‘3대 성 파동’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였던 연극 <미란다>가 최근 다시 무대 위에 올랐다. 지난 94년 연출가 문신구씨와 함께 <미란다> 공연에 참여했던 김재훈 탑아트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미란다> 초연 1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한 것.
긴 세월을 뛰어넘는 이 연극의 ‘유명세’는 벌써부터 많은 관객을 극장 안으로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과도한 노출 때문에 다시 한번 법적 공방을 불러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10년 전 연출가 문씨는 <미란다>로 인해 사법처리(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돼 논란이 일었었다.
지난 90년대 <미란다> 파동 이후 성인연극이 큰 인기를 끌면서 연극계 일각에선 성인물 열풍이 이어졌다. 특히 객석을 꽉 채운 ‘넥타이 부대’는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읽혀지기도 했다.
당시 성인연극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 사이에선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지곤 했다. 심지어 “어디 어디 앉으면 은밀한 부위가 보인다더라”는 소문으로 인해 오른편 앞쪽 좌석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이제는 지난날의 얘기일 뿐. 지난 2일 막이 오른 <미란다>에서는 더 이상 이런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거리낌 없는 여배우의 노출을 환한 조명의 도움 아래 객석의 위치에 관계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어두운 조명이나 강렬한 조명으로 ‘헤어’가 잘 보이지 않도록 처리했던 데 반해 이번 <미란다>의 경우 오히려 적당한 라이트까지 비춰가며 노출을 강조하고 있다.
연극은 첫 장면부터 자극적인 정사 신으로 시작된다. 여주인공 ‘미란다’(김예원 분)가 주도하는 정사신인데 이는 주인공 ‘콜렉’(황민성 분)이 미란다를 납치하는 계기가 되는 꿈, 다시 말해 ‘몽정’ 장면이다.
연극 <미란다>는 못생긴 외모로 아웃사이더가 된 콜렉이 평소 짝사랑했던 미란다를 납치한 뒤 벌어지는 상황을 다룬 심리극이다. 나비 수집이 취미인 콜렉은 사랑마저 곤충을 박제하듯 이루려 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미란다는 그 속박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친다. 이 과정에서 노골적인 성 표현과 노출이 이어진다.
문제는 이런 노출이 너무 ‘상업적’으로 비친다는 점이다. 이는 중반부에 등장하는 샤워신에서 두드러진다. 극의 흐름상 반드시 표현해야 하는 노출 장면의 경우 어느 정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으나 이 샤워신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눈요기 감으로 보이는 이 장면을 위해 샤워실 세트까지 마련돼 있고 여배우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자신의 전라를 드러낸다. 가슴은 빈약한 편이지만 허리와 엉덩이 라인이 두드러져 보이는 여배우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마련된 듯한 이 장면에서 김예원은 자신의 전라 뒷모습을 마음껏 뽐낸다. 게다가 돌아서 몸을 닦는 장면에서는 헤어까지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연출을 맡은 김 대표는 <미란다>가 상업적인 작품임은 인정했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데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아직까지도 사법부의 잣대로 연극을 보고 공연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시각엔 문제가 있다”면서 “이미 한국 사회는 인터넷 보급 이후 성 표현의 수위에 대한 논란 자체가 불필요하게 됐다. 이런 흐름에 따랐을 뿐”이라고 밝혔다.
기자가 연극 <미란다>를 취재하기 위해 탑 아트홀을 찾은 것은 지난 화요일(6일) 저녁. 비교적 관객이 적은 요일이지만 좌석은 이미 절반 이상 차 있었다. 입장권을 구입하며 오른쪽 좌석을 부탁하는 말끔한 넥타이 차림의 40대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이 가운데 한 명인 이동주씨(가명·42)는 “솔직히 연극의 내용이나 예술성보다는 여배우의 벗은 몸을 보기 위해 왔다”면서 “성인연극을 몇 차례 관람했었는데 이번처럼 적나라한 경우는 처음이다. 이제는 이런 연극도 하나의 문화가 아닌가 싶다”고 얘기했다.
법적 공방에 휘말려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던 <미란다>의 초연 10주년 기념 공연. 강산을 한 번 바꿀 만큼 세월이 흐른 지금 과연 우리 사회는 다시 등장한 <미란다>에 어떤 시선을 던질까.